국내 담배회사인 KT&G가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톱4' 담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담뱃세 인상 등으로 부진한 국내 판매를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백복인 KT&G 사장은 30일 대전 본사에서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 개발과 과감한 조직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KT&G는 2025년까지 해외 판매 규모를 4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주력시장인 중동과 러시아 외에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미주·아프리카·유라시아 4대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해외 소비자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015년을 기점으로 KT&G 담배는 이미 해외에서 더 잘 팔리고 있다. 2014년 433억개비였던 해외판매량(수출+해외법인판매)은 2015년 465억개비, 지난해 487억개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판매량은 2014년 557억개비에서 2015년 406억개비, 지난해 452억개비로 줄었다. 2015년 1월부터 담뱃세가 인상되면서 담뱃값 역시 오르자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올 상반기 역시 해외는 281억개비, 국내는 216억개비를 팔아 해외 판매량이 65억개비 더 많다.
KT&G가 구체적으로 '톱4'를 제시한 이유는 '담배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자신감 때문이다.
KT&G는 지난해 미국 담배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수출량은 27억8000만개비로 1999년 수출 첫해 기록한 2억2000만개비와 비교하면 약 13배 증가했다.
KT&G는 세계 100여개 담배회사가 경쟁하는 미국 담배시장에서 JTI를 제치고 지난해 시장 점유율 6까지 뛰어올랐다. JTI는 세계 3대 담배회사 중 하나다.
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기존 담배보다 20% 늘린 '타임' 같은 제품을 앞세워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이란과 터키 등 중동지역은 KT&G의 최대 시장이다. 수출물량과 해외법인 생산량을 합친 지난해 487억개비 중 절반이 이 지역에서 팔렸다. 필립모리스, BAT 등 글로벌 담배회사들과 '빅3'에 들어가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다. 2010년 4000만개비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지난해 32억개비로 증가했다. 6년 만에 약 80배 성장했다.
KT&G 관계자는 "담뱃잎 블렌딩을 국내 제품 대비 완전히 바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해외판매의 비결"이라며 "우수한 제품력과 영업력으로 '담배 한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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