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시댁 전통주 복원해 정상회의 만찬주로 키운 막걸리 명인

입력 2017-11-30 16:07   수정 2017-11-30 18:04


이름부터 궁금했다. 장수, 고시레, 대대포, 우리쌀 등이 이름 앞에 주로 붙는다. 그래서 장수막걸리 대대포막걸리 우리쌀막걸리가 된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다. 막걸리 이름이 ‘복순도가’라니. 도가(都家)는 ‘도시의 집’이란 뜻으로 이해가 갔다. 복순(福順)은 도대체 모르겠다. ‘복이 오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일까. 그 때 김정식 복순도가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내 이름임미더. 박복순 여사님께서 이 막걸리를 다 만들었다 아임미까.” 그 옆의 박복순 장인이 미소지었다.

울산광역시 KTX역은 울산 중심부에 꽤 벗어나 있다. 울주군 삼남면이다. 주변은 온통 산과 논밭이다. 그 논밭과 좁은 2차로 지방도를 따라가다보면 세련된 카페같은 건물이 나온다. 전통 막걸리인 복순도가를 만들어 파는 가게이자 공장이다. 김 사장은 “미국에서 건축 디자인을 공부한 첫째 아들이 설계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었다”고 했다.



막걸리 가격도 수상했다. 한 병에 1만2000원. 보통 막걸리 한 병은 2000원을 넘지 않는다. 10배 가까이 비싼 값이다. 이렇게 해도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잘 팔린다고 했다. 물량이 달려 한 사람이 사가는 물량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빈말은 아닌 듯 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주문 전화가 걸려왔는데 수량을 묻고 답하는 게 이어졌다.



◆복순도가의 시작

“한국의 가양주(家釀酒)는 다 죽었습니다. 가양주가 뭡니까. 집에서 빚는 술이잖아요. 일제 강점기 때 밀주를 금지하면서 다 죽어버렸습니다. 그걸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김 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건설업 붐을 타자 회사를 그만두고 건설업에 뛰어 들었다. 대개의 이런 스토리의 결과가 그렇듯이 실패했다. 김 사장은 집안 얘기를 잘 하지 않았다. 집안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만 했다. 그 때 가만히 있을 수 없던 아내 박 장인이 나섰다고 했다. 시댁인 금녕 김 씨 집안에서 대대로 만들어 먹던 막걸리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시중에 팔던 막걸리와 전혀 다른 맛이었고 제조 방식도 전통적이었던 기억이 났다. 이걸 사업화해보면 어떨까.

박 장인은 시할머니가 빚던 막걸리를 재현하고자 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방식을 찾아 그에 따라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전통 방식 그대로 따라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그 맛도 안 나고 독하거나 약했어요. 먹고 나면 머리도 아팠고요.” 박 장인은 말을 이었다. “그럴 때마다 항아리를 깨고 그 안에 있던 술을 죄다 쏟아 버렸어요. 몇 번인지도 몰라요.” 김 사장이 말을 받았다. “그렇게 2~3년을 반복했는데 어느 날 옛날에 먹던 그 맛이 났었요. 2005년인가 그랬을 겁니다.” 복순도가의 시작이었다.





◆복순도가의 발전

술은 만들었지만 브랜드도 판로도 없었다. 막막했다. 그렇게 몇년을 흘려 보냈다. 술은 계속 빚었고 맛도 계속 찾아 나갔다. 2008년 미국 뉴욕 쿠퍼유니온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던 첫째 아들이 군 제대를 한 뒤 돕기 시작했다. 막걸리병 디자인을 자청했다. 지금의 복순도가 병이다. 병도 만들어지고 술의 맛도 점차 균일화 되어간 2010년 시장에 서서히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판로가 문제였다. 당시엔 온라인으로 전통주를 포함한 모든 술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첫째 아들이 복순도가 몇 병씩을 가방에 넣고 전국을 돌았다. 그렇게 첫 주문을 받았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5병을 3만5000원에 사갔다.

그 뒤 입소문을 타면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됐다. 외국 정상들이 온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전통주가 많지 않자 병도 고급스럽고 도수도 적당한 술을 찾았던 모양인데 샴페인 같은 탄산이 들어간 축배주이면서도 전통주를 찾다보니 복순도가가 제격이었다고 판단한 듯하다는 설명이다. 샴페인 같은 천연탄산이 들어간 유일한 전통 막걸리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총리실이라고 합디다. 처음엔 사업자번호 달라고 해서 장난전화인 줄 알았어요. 대통령과 높은 분들이 마신다고 하는데 믿기지가 않더라구. 그런데 며칠 지나니 차들이 막 들어오더라구요. 식약처 사람이라면서 미리 검사를 해야 한다며 50병을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안한다고 했어요. 술도 부족한 상황이라서. 결국 냉장탑차가 와서 양조장에서 술을 싣고 올라갔어요.”
그러나 김 사장의 불만과 달리 복순도가는 그 때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고 기본이 쌓이자 술 평가를 받으려는 시도를 할 여유가 생겼다. 국제대회에 복순도가를 내보냈다. 2015년 국제와인주류품평회인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주류품평회에서 금상을, 영국 주류품평회에서 은상을, 로스앤젤레스 국제와인주류품평회에서 동상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해 대통령이 주관한 청와대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행사 때도 복순도가가 건배주로 올랐다.



◆성공 비결은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절박함이 먼저였어요. 그런데 제대로된 한국술을 빚고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공장에서 찍어내는 2000원 안팎의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돼버렸어요. 그건 아니다 싶었어요.” 박 장인이 막걸리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복순도가의 술은 천연 누룩으로 만들어진다. 복순도가 건물 안과 밖엔 100여개의 항아리가 있다. 이 옹기들 중엔 1920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박 씨는 “옹기가 옛날 것이어서 좋은 게 아니라 요즘은 이렇게 만들지 않아 살 수가 없어 오래된 것만 쓰는 것”이라며 “옛날 옹기들은 숨을 쉬면서도 외부와 단절시켜준다”고 했다. 여기서 인공균이 없는 천연 누룩과 인근 지역 햅쌀을 넣어 발효시킨다. 누룩을 짤 땐 삼베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항아리 한 개에 200만원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지켰지만 판매 및 마케팅은 철저히 스타트업 회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아들과 함께 미국 UC버클리에서 수학을 전공한 둘째 아들도 복순도가에 합류했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하대요. 외국에서 둘다 공부시켜놓고 막걸리 만드는 데에 넣어놨다고.” 대학 졸업 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한국계 대형 은행에 취직이 됐는데 막걸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막걸리를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성공 비결로 먼저 샴페인 같은 전통 막걸리라는 특징을 들었다. 다음으로 △기존 막걸리와 다른 세련된 병의 모양 △고급 막걸리를 지향한다는 목표 △두 아들의 도움 등을 꼽았다. 복순도가 매출은 매년 30%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끊임없이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고 서울 서촌에 ‘차고’라는 막걸리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홍보했다. 부산에선 고려제강의 폐 공장을 고쳐 만들어진 문화공간안에 ‘F1963’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 수출도 진행 중이다. 전통주를 홍보하고 대하는 방식이 요즘 벤처기업 제품의 그것들과 닮았다. “전통주에서 가능성이 있어 보였어요. 다른 음식과 먹는 법을 알려주고, 지역사업과 매칭하며 데이터를 쌓아 외국으로 진출하고, 술 만드는 걸 보러 오게 해서 관광과 결합해보고. 이런 건 저희 세대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체험을 직접 해보려는 것입니다. 이젠 주말엔 400여명 정도가 옵니다. 아버지는 사장님이고, 어머니는 술을 빚는 장인으로 불려요. 저희는 단지 부모님이 못하시는 부분을 도와드리는 것 뿐입니다.”

울산=FARM 김재후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10639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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