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스톤 지음 /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504쪽 ㅣ 2만2000원
에어비앤비·우버의 고군분투기
스마트폰이 제공한 기회 잡아 끈질긴 생존력·상상력으로 무장
기존 숙박·교통업계 정면돌파
내성적인 창업가들과 달리 로비스트도 동참시켜 목표 달성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 송태형 기자 ] “와우, 당신들 참 바퀴벌레 같은 사람들이군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어.”
2009년 1월, 미국 벤처투자자 폴 그레이엄이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와의 면접을 마칠 즈음 이들에게 건넨 말이다. 회사 설립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들은 ‘최후의 시도’로 그레이엄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C)의 프로그램에 지원해 인터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인터뷰는 적대적으로 흘렀다. 그레이엄은 숙박공유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소파에서 자는 것도, 다른 사람이 내 소파에서 자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돌아서는 그레이엄을 붙잡고는 창업 후 1년여간 어떤 시도를 했고 마케팅을 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레이엄으로부터 최고의 칭찬을 얻어 냈다. 바퀴벌레는 ‘어떤 도전에서든 버틸 수 있고 죽을 수 없는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그레이엄식 표현이다.
업스타트는 ‘바퀴벌레보다 독한’ 두 스타트업의 분투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두 스타트업은 이른바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변화가 낳은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나란히 꼽히는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비즈니스위크 등에서 15년간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일해온 브래드 스톤이 썼다. 스톤은 전작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원제:The Everything Store)에서 방대하고 집요한 취재를 바탕으로 제프 베저스와 아마존에 대해 탁월하게 묘사했던 솜씨를 올초 미국에서 출간된 신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저자는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두 기업 모두 2007년 아이폰이 시판돼 사람들이 조금씩 스마트폰의 가능성에 눈뜨기 시작할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다. 창업자 자신이 직접 느낀 불편함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도 같다. 에어비앤비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 렌트 비용과 호텔 숙박비가 너무 비싸다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개릿 캠프와 트래비스 캘러닉이 합작한 우버는 직접 운전하기 싫어하는 원년 창업자 캠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데이트할 때 택시나 리무진 콜택시를 부를 때 느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두 기업이 온갖 규제와 갈등, 경쟁, 위기를 이겨내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에어비앤비)와 680억달러(우버)에 달하는 거대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이고 중요했던 순간들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성장을 이끈 체스키와 캘러닉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책 제목인 ‘업스타트(upstart)’에서 드러난다. 업스타트의 사전적인 뜻은 ‘벼락부자’ 또는 ‘건방진 놈’이다. 출판사에서 제시한 의미는 ‘최근 새로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나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적절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처럼 숫기 없고 내성적인 혁신가들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기술 CEO를 상징한다. 기술자뿐 아니라 집주인과 운전사, 로비스트와 의회 의원들을 자신들이 표방하는 명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외향적 성격의 이야기꾼이자 싸움꾼이다.
이들은 기술 엘리트의 극단적 오만을 상징한다고 여겨졌다. 기본적인 채용 규칙을 파괴하고 교통 체증을 늘리며 평화로운 거주지를 망쳐버린다는 데서부터 자유민주적 도시 안에 무자비한 자본주의 논리를 끌어들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과 ‘규제의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숙박, 교통 분야 기존 사업자들의 압력과 규제를 열정적인 이용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뚫고 공유경제의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설립 10년 미만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다.
이 책의 강점은 두 기업을 오가는 교차 편집 방식으로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극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냉철한 시선과 균형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장 주역뿐 아니라 규제당국자, 경쟁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두 기업의 승리와 업적만큼이나 시행착오와 비판적 견해들도 비중 있게 다룬다. 심리스웹, 택시매직, 캐블러스, 카우치서핑 등 비슷한 아이디어로 출발했으나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나 두 기업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투자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까지 꼼꼼히 인터뷰해 흥미를 더한다.
저자는 “1세기 동안 지속된 기술사회의 출현에서 결정적이었던 순간을 다룬 책”이라며 “이전 체제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사회 계약이 체결되고, 도시 지형이 바뀌고, 업스타트들이 지구를 배회하는 중요한 시대를 다룬 책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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