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살아…' 발간
기업이 성장·고용·복지 주체
한국 '기업가형 국가'로 가야
정치 흔들리면 경제 길 잃어
[ 이심기 기자 ]
김인호 전 한국무역협회장(사진)이 퇴임 후 발간한 저서에서 “기업에 좋은 것이 나라에도 좋다”며 시장경제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1일 출간한 《시장이 살아 숨 쉬는 경제, 창조적 기업이 샘솟는 나라》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기업가형 국가’를 제시했다. 그는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도 좋다는 조건이 동시에 성취되는 게 기업가형 국가”라며 “기업인의 사기 진작과 글로벌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성장과 고용, 복지, 분배의 해결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되는 국가여야 한다”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했다.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기업 간에 이뤄져야 하며 성장과 고용도 기업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완화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관료들, 헷갈릴 때는 차라리 쉬어라’ ‘시장경제를 거꾸로 돌리는 게 진짜 위기’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등과 같은 소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정치권에는 “경제는 정치의 바탕 위에서 성장하는 것”이라며 “정치가 흔들리면 경제도 갈 길을 잃는다”고 경고했다.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필요성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국제화를 하면 할수록 좋은 나라”라며 “우리가 열어야 할 시장보다 문을 두드려 열 수 있는 시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김영주 신임 무역협회장은 발간 저서의 추천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은 정부에서 함께 일할 때 많은 가르침을 준 존경하는 선배”라며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고뇌하고 몸소 실천해온 ‘영원한 공인(公人)’”이라고 썼다.
김 전 회장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무역업계는 김 전 회장에 대해 통상 현안과 보호무역조치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민간통상 협력 활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 전 회장은 퇴임 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연구원은 2001년 4월 법무법인 세종과 연대해 순수 민간연구기관으로 출발했다. 김 전 회장은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으며 2008년 조직을 확대개편하면서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2월 무역협회장에 선임되면서 연구원을 떠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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