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처럼 치고 나가
빠진 반자율주행 기술 아쉬워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강자인 BMW의 ‘X3’(사진)가 7년 만에 완전 변경(풀 체인지)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경기 여주를 오가는 150㎞ 구간을 달렸다. 시승한 모델은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신형 X3 x드라이브 30d M 스포츠 패키지다.
군살을 뺀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어디든 내달리는 주행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반자율주행 기술이 빠졌다는 것이다.
◆‘위풍당당’ 신형 X3
이전 X3는 2003년 시장에 나온 이래 전 세계에서 160만대 이상 판매됐다. 그만큼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으로 꼽힌다.
신형 X3는 구석구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외관 디자인은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을 크게 키웠다. 부풀어 오른 보닛은 균형 잡힌 근육질 몸매를 떠올리게 했다. 육각형 모양의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와 가로형 LED 주간주행등, 확장된 전면 공기 흡입구(인테이크 그릴)는 강렬한 인상을 줬다.
가장 큰 차이점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형 루프(지붕)다. 이전 모델과 달리 투박함을 벗고 세련미를 담았다. 새로운 디자인의 리어 스포일러(고속주행 때 공기의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 다는 장치)도 차체가 낮게 보이도록 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보자 바뀐 수평 형태의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밖에 은색으로 마감돼 밝아진 분위기와 앰비언트 라이트 , 10.2인치 디스플레이 등이 돋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은 실내온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거침없는 온·오프로드 성능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6기통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이 느껴졌다. 작은 진동이 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외부 소음과 달리 차량 실내로 유입되는 건 적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계통)이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속도를 높이자 묵직한 힘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탱크처럼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8단 자동변속기는 충격 없이 동력을 전달했다.
시속 100㎞ 이상 내달려도 체감 속도는 훨씬 낮았다. 동승자는 “시속 60㎞로 주행 중인 줄 알았다”며 안정감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실제 탁 트인 시야를 빼면 승용차에 버금가는 승차감이 좋았다.
신형 X3는 앞뒤 바퀴 간 거리(휠베이스)를 5㎝ 늘리고 무게는 최대 55㎏ 줄었다. 이 덕분에 50 대 50의 전후 무게 배분을 달성했다. 탑재한 6기통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265마력, 최대 토크 63.3㎏·m의 힘을 발휘한다.
다만 풍절음(바람이 차를 긁고 가는 소음)은 커 종종 대화를 나누기 불편했다. 또 경쟁 모델과 달리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등 반자율주행 기술이 빠졌다.
신형 X3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비포장 길도 달렸다. 모래언덕에 들어서자 차체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터를 적당히 밟자 곧바로 자세를 잡는다.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법 깊은 강과 자갈길도 손쉽게 통과했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적절하게 흡수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전천후 SUV’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었다. 섀시(차대) 강성 또한 뛰어났다. 40여 분간 험한 길을 지났으나 미세한 잡소리조차 없었다. 그러나 몸을 감싸주는 시트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 X3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6580만~8360만원이다. BMW코리아는 향후 신형 X3 x라인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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