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부츠 잘 팔리고 구두는 '뚝'
가죽 대신 편안한 캐주얼백 인기
[ 민지혜 기자 ] 올겨울 롱패딩 열풍이 패션 액세서리 시장도 바꿔놓고 있다. 롱패딩에 어울리는 캔버스백, 스니커즈 등 캐주얼한 액세서리류 매출은 급증한 반면 정장 차림에 어울리는 구두나 핸드백 매출이 저조하다.
◆화려한 스니커즈로 포인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에선 통상 스니커즈와 펌프스(굽 높은 구두)의 판매가 비슷했다. 하지만 올해 10~11월엔 스니커즈 매출은 펌프스보다 2.5배 높았다. 그중에서도 여성스러운 주얼리를 장식한 스니커즈가 러닝화 스타일의 스니커즈보다 1.5배 더 팔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러닝화 스타일이 두 배 많이 판매됐다.
슈콤마보니 관계자는 “올해 롱패딩 열풍이 불면서 굽 높은 구두보다 화려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몸 전체를 감싸는 롱패딩 차림에 어울리는 캐주얼화, 그중에서도 뭔가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 수요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슈콤마보니의 ‘멜로니 스니커즈’처럼 낮은 굽에 크리스털로 포인트를 준 신발이 대표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에선 패딩 방한 부츠 판매가 늘었다. 롱패딩에 잘 어울리는 데다 따뜻해 올겨울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노영준 LF 라푸마용품신발팀장은 “롱패딩이 올겨울 인기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스포티한 신발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었다”며 “특히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방한부츠를 롱패딩과 세트처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롱패딩으로 인기가 높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데상트’ 등의 브랜드도 롱패딩과 어울리는 스니커즈 등 신발을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정장 구두가 잘 팔리던 브랜드에서도 캐주얼화 매출이 급증했다. 형지에스콰이아의 신발 브랜드 ‘영에이지’는 올해 10~11월 캐주얼화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58% 높았다. 정장용 부츠류 판매가 높았던 예년 겨울과 달라진 점이다. 발목에 퍼(털)를 단 방한부츠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롱패딩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세정의 남성 브랜드 ‘브루노바피’도 지난달 캐주얼화 판매가 정장 구두보다 2.2배 높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장구두가 더 많이 판매됐지만 롱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캐주얼 차림에 어울리는 신발 수요가 더 늘어난 것이다.
◆천 소재 가방 수요 증가
가방도 롱패딩 영향을 받고 있다. 가죽 소재로 제작한 정장용 핸드백 판매는 줄고, 천으로 만든 캔버스백 등 캐주얼 가방 매출이 증가했다.
코오롱FnC의 ‘쿠론’은 단순한 디자인의 가죽 핸드백이 주력 상품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캐주얼 가방의 판매가 더 좋았다. 특히 ‘럭키슈에뜨’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한 캐주얼백 ‘슈에뜨 체크 토트 겸 크로스백’은 롱패딩처럼 단색 옷에 포인트가 되는 가방으로 인기를 끌었다. 작년보다 제품 종류를 늘렸는데 네이비색은 전부 다 팔렸다. 쿠론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에 드는 작은 토트백보다 캐주얼한 크로스백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롱패딩에 어울리는 캔버스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화려한 캐주얼 백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가 출시한 캔버스백은 6차 재생산에 들어갔다. 일반 천 소재 가방 매출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지난달 말 코듀로이 소재 제품을 추가로 생산했다. 세정의 잡화 브랜드 ‘두아니’도 올해 11월 말까지 캐주얼 가방 판매율이 가죽 핸드백보다 12%포인트 높았다. 두아니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죽 가방 수요가 높았는데 올 하반기 들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우수하고 캐주얼 차림에 잘 어울리는 천 소재 가방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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