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보호 요건 못 갖추면 거래 금지

금융위, 투기화 따른 대책 검토
투자금 은행 등에 별도 예치
거래소 인가제는 도입 않을 듯


[ 김순신/정지은 기자 ] 금융위원회가 투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규제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금융당국 고위급 회의’에서 “한국에선 가상화폐를 매개한 거래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는 동아시아 3개국의 금융당국 부기관장들이 모여 금융규제 개혁과 가상화폐 대응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일정 요건으로는 △투자금 별도 예치 △위험 설명 △자금세탁 방지의무 준수 △방문판매 금지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 간(P2P) 대출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곳에 별도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며 “이를 가상화폐 거래 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 모집에 대해 엄격히 제재할 방침이다. 현재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유사수신행위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유사수신 범주에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행위’를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유사수신규제법 개정안을 내년 상반기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고 관리하는 ‘전자금융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금융전자거래법에 가상화폐 관련 판매·구입·매매중개·발행·보관·관리 등 영업활동을 하는 자나 국내에서 영업으로 거래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5억원 이상의 자본금 등을 갖춰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 인가제 도입은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포섭해 공신력을 줄 가능성이나 필요성, 타당성이 없다”며 “가상통화는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투기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정지은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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