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아이디어 얻어
유명 음식점 출신 셰프 고용
누적 주문 20만인 분 돌파
2018년 서울 전역에 배달
[ 이승우 기자 ]
멕시칸 부리토 볼, 수란을 얹은 김퓨레 라이스, 고르곤졸라 만조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이 아니다. 음식 배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플레이팅에서 주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들이다. 2015년 7월 창업한 이 회사는 기존 배달음식 스타트업과는 차별화된 메뉴와 조리 방법을 통해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누적 주문량이 20만인 분을 넘어섰다.
플레이팅의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을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서울 논현동의 ‘센트럴 키친’에서 유명 레스토랑 출신 셰프와 전문 조리사들이 음식을 만든다. 서울 강남과 용산, 마포, 경기 분당 등은 직접 배달해준다. 그 외 수도권 지역은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는 상태의 음식(RTH·ready to heat)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존 배달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RTE·ready to eat)이거나 식재료와 레시피를 함께 제공하는, 바로 요리할 수 있는 음식(RTC·ready to cook)이 대부분이었다.
창업자인 폴 장 대표(한국명 장경욱·사진)는 “음식이 고객에게 오기까지 15분이 걸릴 수도 있고 1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배달 시간과 관계없이 균일한 퀄리티로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 셰프를 고용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이유다. 그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볼 수 있지만 셰프가 만들었다고 하면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하는 부분까지 고려해 음식을 만들려면 실력 있는 셰프들만 할 수 있다”고 했다. 플레이팅이 제공하는 음식 대부분은 먹기 직전 전자레인지에서 3분간 가열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이 적당하게 익는 것은 물론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팔고 있는 음식은 양식과 일식 위주다. 수란을 얹은 김퓨레 라이스, 트러플 버섯 리조토, 로스트 치폴레 치킨 등 배달음식으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메뉴가 많다.
가격도 1만원 이하가 대다수다. 3개월 내 재구매율이 50%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내년까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배달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장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듀크대를 졸업했다. 사모펀드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화면잠금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로켓(Locket)을 공동창업해 2015년 위시라는 모바일 커머스 회사에 매각했다. 다음 창업 아이템으로 음식 회사를 차린 것에 대해 장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대부분 식사를 책상 위에서 해결하는데 다행히 건강한 배달음식이 많았다”며 “건강을 지키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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