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의 완벽한 귀환이다. 10개월만에 돌아온 타이거 우즈(42·미국)가 자신의 10번째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4라운드 합계 8언더파,공동 9위.불안불안했던 이전의 복귀전과는 완전히 다른 퀄러티 성적표다. 통증없이 받아든 결실이라 더 값진 성과다. 향후 우승경쟁은 물론 사상 최다승,사상 최다 메이저 대회 우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즈는 4일(한국시간)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바니 골프클럽(파72·7302야드)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를 4언더파로 마쳤다.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68타를 쳤다. 4라운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 세계 최강 엘리트들만 모아놓은 18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공동 9위의 준수한 성적이다. 지난해 그는 15위에 머물렀었다. 우즈가 대회 4라운드를 완주한 것은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이다. 경쟁대회에 출전한 것 역시 10개월여 만이다. 그는 지난 1월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 출전했다가 라운드 후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이후 지난 4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은 후 재활에만 전념해왔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상징색인 붉은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다. 전반은 그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했다. 3번 홀에서 4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산뜻하게 대회를 출발했다.이어 파3인 5번 홀에서도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 중앙으로 밀어넣으며 기세를 올린 그는 7번 홀(파4·336야드)에서 이날의 베스트 샷을 뽐냈다.드라이버를 들어 1온에 성공한 뒤 약 7m짜리 이글 퍼트를 홀에 굴려 넣은 것이다.우즈는 무릎을 꿇으며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포효했다.전성기 때처럼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타이거의 포효였다. 우즈는 9번 홀(파5)에서 벙커샷을 홀 1m 근처에 붙여 버디를 추가햇다. 전반만 버디 3개 이글 1개로 5언더파였다. 우즈의 완벽한 질주에 갤러리들은 흥분과 환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14번 홀(파4)에서는 칩샷 어프로치로 홀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아내더니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는 벙커샷을 2m 근처에 떨궈 이날 여섯 번째 버디를 사냥했다.17번(파3),18번 홀(파4)에서 터져나온 잔실수 보기가 아쉬웠다.17번 홀에서는 벙커샷이 약간 길게 떨어지면서 파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갔고,18번 홀에서는 1m도 채 되지 않는 파퍼트를 강하게 밀어넣다 공이 튕겨나오고 말았다.
경기를 마친 우즈는 “어느정도 점수가 나올지와 통증이 느껴질 것이냐가 관건이었는데 모두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환하게 웃었다. 가장 맘에 드는 샷은 드라이버 샷이었다. 그는 이날 최대 330야드 안팎의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원하는 장소에 공을 떨궜다.
4라운드 가운데 풀샷에 가까운 샷들이 가장 많았다. 18번 홀에서는 함께 경기한 저스틴 토머스보다 3야드 가량 멀리 드라이버를 날리기도 했다. 토머스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장타서열 8위에 오른 괴물 장타자다.
우즈의 성공적인 복귀는 골프계는 물론 골프산업과 스포츠의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후원시장과 골프용품 시장에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쓰고 입은 나이키 골프의류와 테일러메이드 클럽,브리지스톤 골프공 등은 다시 한 번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우즈가 지난 4월 받은 척추유합 수술(spinal fusion surgery)도 스포츠계의 키워드가 될 공산이 크다. 골프 선수는 물론 상당수의 스포츠 선수들이 척추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우즈의 성공적 복귀가 이 수술의 가치와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척추유합술은 많은 이들이 부작용 우려로 수술받기를 꺼리고 있던 터였다. 물론 향후 우즈가 정규 투어에서 얼마나 많은 대회를 소화할 지,어떤 대회를 두 번째 대회로 선택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허리 수술의 완전한 성공 여부 역시 여러 대회를 소화한 후,또는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나 판명될 수 있다.
우즈가 2018 PGA 투어 시즌을 모두 뛸 경우 PGA 최다승 기록(샘 스니드 82승)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즈는 1996년 데뷔해부터 부상 전 마지막 우승을 한 2013년까지 통산 79승을 거뒀다.메이저 대회 14승을 기록 중인 그가 메이저 최다승(잭 니클라우스 14승)기록 도전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란 전망 역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근거는 PGA 투어에서 이젠 필수가 된 비거리가 우선 꼽힌다. 타이거는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 때의 비거리 300야드를 완전히 회복했다. 복귀 때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칩샷 등 쇼트게임의 불완전성도 이번 대회를 통해 상당부분 보완됐음을 보여줬다. 퍼트 역시 301일만의 경쟁대회 복귀임을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비밀병기도 새롭게 장착했다. 2번 아이언이다. 그는 2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2번 아이언을 요긴하게 써먹었다. 특히 최종라운드 6번 홀(파5)에서는 맞바람을 안고도 272야드 거리에 있는 홀을 넘겨 약 290야드에 가까운 샷을 정확하게 날려 갤러리들을 경악하게 했다. 강풍 등 기상악화 시 전략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드라이버와 2번 아이언,우드 등 롱게임에서의 비거리와 정확도가 회복된 덕분에 그는 2개의 이글을 잡아 케빈 채플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이글(2개)을 잡아낸 선수가 됐다. 더블보기와 보기가 터져나온다 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만회할 수단을 장착했다는 뜻이다.
한편 골프팬들의 관심이 온통 우즈에게로 쏠려있는 사이 이날 대회의 ‘공식 히어로’는 리키 파울러였다. 7타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다. 그야말로 ‘그분이 오신날’이었다. 버디만 11개를 쓸어담아 61타를 적어냈다. 그는 최종합계 18언더파로 대회 최저타 기록과 코스 레코드를 동시에 갈아치우면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파울러는 특히 전반에 1번부터 7번 홀까지 7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8번 홀(파3)를 빼고는 모든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영웅의 자격이 있음을 과시했다. 그는 “7개 연속 버디 기록이 생애 최다 연속 버디여서 8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고 싶었지만 그게 안됐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5타 차 선두로 경기에 나섰던 찰리 호프먼(미국)은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14언더파를 잘 지켜 준우승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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