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포항 지진이 부른 수능 연기

입력 2017-12-04 09:00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강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땅이나 건물에 균열이 가고 지역 주민들이 대피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되어야 할 그 지역 고사장 14곳 중 10곳이 크게 훼손되어 시험을 치르기 어렵게 되었다. 이외에도 수능 중에 여진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15일 저녁 정부에서는 수능을 1주일 연기하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대다수 포항 학생들이 시험을 칠 곳이 없어진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의 안전이니만큼 수능 연기는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수능 예정일에 맞춰 공부 일정이나 컨디션을 조절해왔던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수능 전날에 미리 버렸던 책을 다시 찾느라 밤중에 학교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고, 전날 일찍 잠들어 수능이 연기된 것을 몰랐던 수험생은 고사장까지 찾아왔다가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군인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을 위해 휴가를 나왔다가 갑작스럽게 수능이 연기되어 곤란에 처했지만, 다행히 군에서 휴가를 연장해 주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진이 수능 당일에 일어나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수능 중간에 지진이 발생해 대피해야 했다면 수능 문제도 처음부터 다시 출제해야 하고, 자칫하면 1주일이 아닌 몇 달이 연기됐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12시간 전에 갑자기 연기된 것이라 수험생들이 겪었을 혼란과 피해는 안타깝다.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부르기 어려워진 오늘날, 이러한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진이 일어났는데도 내일이 수능이라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던 일부 교사들의 태도였다. 다행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피하긴 했지만, 만약 이보다 강도가 더 큰 지진이었을 경우 많은 학생들의 생명에 위협이 되었을 수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부터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이 계속해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수능 연기는 안전을 고려한 잘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수능 연기 자체에 대해서 욕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안전 의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김나영 생글기자(영신여고 1년) kkim9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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