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가…불붙는 시장경쟁

입력 2017-12-04 15:57   수정 2017-12-04 16:23



이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초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의 유럽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인도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다. 세계 바이오시밀러 업체 간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업체 밀란과 바이오콘이 공동개발한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오기브리'가 미국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 판매허가를 받은 것은 오기브리가 최초다.

셀트리온과 암젠은 지난 7월 FDA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판매허가가 나오기까지 통상 12~16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쯤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시험 3상을 마쳤고, 화이자는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회사는 이달 온트루잔트의 유럽판매 허가를 최초로 받았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암젠은 올해 3월 판매 허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처럼 업체들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원조의약품인 허셉틴이 전 세계 판매 8위의 블록버스터 바이오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허셉틴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유방암 치료제로, 지난해에만 약 7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체들의 허가 속도 경쟁과 함께 가격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물질특허 만료 기간이 남아있어 미리 판매 허가를 받더라도 출시 시기는 비슷해질 수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허가 속도가 밀란보다 뒤쳐졌지만 경쟁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허셉틴의 미국 물질 특허가 2019년 6월에 만료된다. 2019년 6월 전에만 판매허가를 받는다면 모두 나란히 출발선상에 서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허셉틴의 미국 물질 특허 만료 전까지는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을 것"이라며 "시장에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확률이 큰 만큼 각 업체들의 마케팅, 가격정책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격 경쟁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 복제약 시장의 모습과 닮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장이 개화 단계인 만큼 당분간 계속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격 경쟁 등 우려는 아직은 먼 얘기"라며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다르게 개발이 어려워 진입장벽도 높은데다 최근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원조의약품 '리툭산' 시장의 30%를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올 3분기 리툭산의 유럽 매출은 4억600만프랑(약 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1월 유럽에 최초로 출시한 엔브렐(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출시 7분기 만에 원조의약품 대미 매출 비중이 16%까지 늘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많은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이러한 경쟁심화가 바이오시밀러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면서도 "현시점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업의 실적도 같이 고성장하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2020년까지 리툭산, 란투스, 아바스틴 등 약 800억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43억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7%로 2026년 801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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