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택시 승차거부' 악용되는 규정들

입력 2017-12-04 18:12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 박진우 기자 ] 연말을 맞아 서울 강남역 홍대 신촌 등에선 택시 잡기 전쟁이 한창이다. 송년 모임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가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모습은 매년 반복되는 풍속도다. 서울시가 각종 대책을 쏟아냈고 ‘카카오택시’도 넘치지만 귀갓길 택시 대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이 손잡고 대대적인 단속반을 투입해도 별무 소용이다. 택시들은 ‘빈차’ 대신 ‘예약’ 등을 켜놓고 장거리 손님만 받는 식으로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다. 카카오택시 앱(응용프로그램)이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신종 수법이 생겼다.

‘빈차’ 등을 켜놓은 채 강남대로에 버젓이 줄지어 선 ‘간 큰’ 택시가 한둘이 아니다. 일부 택시 기사는 아예 차에서 내려 호객 행위까지 한다. 그런데도 바로 옆에 있던 현장 단속반원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 큰 택시’의 정체는 경기 택시다. 택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사업구역에서만 영업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구역 외 지역으로 갔다가 해당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귀로 영업’은 가능하다. 이때 타지역으로의 운행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승차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강남역에 있던 시흥 택시가 성남으로 가자는 승객을 태우지 않더라도 이를 단속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서울 택시가 경기 지역 운행을 거부해도 100% 합법이다.

이런 규정은 택시 기사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일부 택시는 이 규정을 활용해 승객과 흥정한다. 새벽 1시께면 서울 강남에서 경기로 가는 택시비가 평소 가격의 세 배인 6만원까지 오르는 이유다. 물론 모두 불법이다.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경기 광명시 사례처럼 택시 사업구역 통합 정책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통합 이후 구로에서 광명으로 가려는 승객에 대한 광명 택시의 승차 거부는 단속 대상이다. 사업구역 통합으로 서울로 택시가 몰릴 경우 해당 지역에서 교통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택시 대란과 고질적인 승차 거부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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