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넥타이·지갑
1990년대 삐삐·워크맨 인기
2000년대 아웃도어 전성시대
[ 이수빈 기자 ]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아들에게 최근 챙이 평평한 모자인 스냅백을 선물했다. 하지만 스냅백이 유행한 건 2~3년 전. 정작 아들이 받고 싶은 선물은 새로 나온 게임기였다. 공부에 매진하느라 1년여간 게임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최신 유행패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차라리 용돈으로 줄 걸 그랬다”고 말했다.
선물 수요가 가장 큰 시기가 연말이다. 수능이 끝난 뒤에, 크리스마스 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백화점업계에선 12월 매출이 연매출의 10~11% 정도 된다. 주요 선물 품목으로 꼽히는 화장품, 잡화, 액세서리는 12월 매출이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직구 시즌이 이어지는 11월보다도 20~30%가량 많다. 하지만 막상 선물을 사려면 뭘 골라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백화점, 홈쇼핑, 온라인몰 등 주요 유통업체 상품기획자(MD)들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지 물어봤다.
MD들은 선물에도 유행이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에는 LP음반과 국내 디자이너 여성복이 연말 선물로 인기가 있었다. 당시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이 대부분 1층 가장 목 좋은 자리에 LP판매 코너를 운영할 정도였다. 통조림, 커피, 콜라, 비누도 선물로 판매했다.
1980년대엔 넥타이, 지갑 등 패션 잡화를 선물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삐삐와 워크맨이 인기를 끌었다. 실물 대신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2000년대부터는 아웃도어 전성시대가 열렸다. 2005년 주 5일제 근무와 수업이 시행되면서 야외 활동 관련 용품 수요가 폭발했다. 특히 연말 선물로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방한용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올해는 복고·아날로그 제품 추천이 많았다. 과거 유행한 롱패딩과 운동화 등의 품목이 복수의 추천을 받았다. 오재철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가전제품도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MD들은 취미·재미를 위한 선물도 권했다. 오디오, 전동킥보드, 게임기 등 품목이다. 남수현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선물 받는 사람의 취미에 맞춰 인기상품을 선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주 갤러리아 MD도 “혼자 취미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많다”며 “취미 선물은 곧 힐링 선물”이라고 했다.
실용성 있는 청소기, 토스터 등을 권한 MD들도 있었다. 황영글 티몬 MD는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구입했던 생활가전이 최근 들어 패션상품처럼 ‘갖고 싶은 품목’이 됐다”며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어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했다.
앞으로 10여 회에 걸쳐 각 유통업체 MD들이 연령대별, 성별로 ‘콕 집어’ 추천한 선물용품을 소개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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