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연임 생각 없다"

입력 2017-12-04 21:47   수정 2017-12-05 16:49

"난 문재인 정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
시장주의자로서 결이 달라 결심"

전·현직 금투업계 CEO 3~4명 출사표
내달 20일 임시총회서 새 수장 선출



[ 박종서 기자 ] ‘검투사’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5·사진)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2월4일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차기 협회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차기 협회장에는 전·현직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서너 명이 출사표를 내고 물밑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기 만료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 연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아 협회장 선거에 다시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황 회장은 시장주의자인 자신이 현 정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자평했다. 기피 인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상대국이 파견한 외교관을 거절할 때 쓰는 용어다. 그는 “이번 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때 난항을 겪을 일이 아닌 데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며 “국회와 청와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 포기 발표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최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전자 자금팀 등을 거쳐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을 맡았다.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뒤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했다. 삼성 출신의 황 회장이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은 이유다.

황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금융투자협회를 이끌면서도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을 현실화하며 회원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장은 회원사들의 비공개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금융협회장보다는 정부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선물사 5개, 부동산신탁사 11개 등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장 후보를 두고 6~7명 정도가 출마 의사를 밝히는데 현재는 전·현직 CEO 3~4명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유력 후보로 꼽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불출마 의사를 금융투자협회에 전달했다. 차기 협회장은 후보 등록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복수 후보자를 선정하면 내년 1월 하순 임시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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