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의사 내비쳐온 황영기 금투협회장, 돌연 재선 포기 '왜?'

입력 2017-12-05 15:50   수정 2017-12-05 16:40

황 회장 "나는 현 정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금융위원회 때문에 힘들었죠."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이같은 말이 나왔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사진)이 연임 포기의사를 발표한 직후였다.

이날 황 회장은 다음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기습적으로 알렸다. 그간 황 회장은 연임이 유력시되던 상황. 그간 본인도 재선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았기에 간담회 참석자들의 놀라움이 컸다.

금융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 포기 결정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말 최 위원장은 한 발표회 자리에서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 대해 "내부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사례가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현재 금융 유관협회 중 대기업 출신의 민간 인사가 수장인 곳은 생명보험협회와 금투협 두 곳. 이 중 연임이 거론된 인사는 황 회장뿐이라는 설명이다.

협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외풍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 인사를 유추할 수 있는 발언으로 사실상 인사에 대한 당국의 의사를 전하며 인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협회장은 회원사들의 비공개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따라서 이번 금융위의 발언은 인사에 직접적으로 압력을 넣지는 못하지만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황 회장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날 그는 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지금 시대를 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많은 정책을 보면 생각과 다른 것들이 있고 국회 쪽에 건의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고 칭했다. 이는 라틴어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외교용어다. 황 회장은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나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와 같았다"며 "연임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게 여러 가지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진보정권이 보수정권보다 주가 성적이 좋았다"라던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은 내가 알기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고 실전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는 등 정권에 우호적인 발언을 해왔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날 후임 인선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황 회장은 "어떤 인사가 오는지 지켜보겠다"며 "자격 없는 사람이 오는 것은 안될 것"이라며 다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정치권으로는 진출 안한다"고 단언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간 정치권 진출설에 대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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