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현남오빠에게' 출간 3주 만에 2만5000부
여성이 현실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 다뤄 공감
하루키 '기사단장…' 50만부, 베르베르 '잠'도 30만부 팔려
[ 심성미 기자 ]
올해 문학계 최대 화두는 ‘여성’이었다. 출판계를 장악하던 페미니즘 이슈가 문학계까지 점령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고단함을 다룬 작품이 줄을 지었다. 여성 작가의 약진 또한 두드러졌다.
◆주류가 된 페미니즘 소설
올해 문학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작품은 누적 판매 부수 43만 부를 돌파했다. 1982년생 중 가장 흔한 이름인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받아야만 하는 구조적 차별을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 독자의 전폭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조 작가를 비롯한 여성 작가 7명이 의기투합한 페미니즘 단편소설집 《현남오빠에게》(다산책방) 역시 지난달 15일 출간된 지 3주 만에 2만5000부를 찍었다. 성소수자에게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폭력 메커니즘을 다룬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민음사) 역시 출간 3개월여 만에 2만5000부가 판매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 88만원 세대, ‘88년생 김지혜’을 주인공으로 한 손원평 작가의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은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2000부가 나갔다.
‘영 페미(young femisit·젊은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젊은 여성 작가도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 8월 출간된 강화길의 《다른 사람》(한겨레출판)은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았다. 같은 회사 상사인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고 회사를 그만두지만 남자친구는 고작 벌금 30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주인공은 인터넷에 자신의 피해 이야기를 올렸다가 오히려 악플에 시달린다. 비슷한 시기 출간된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역시 ‘강남역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등 시대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이야기를 썼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페미니즘 소설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올해 잇따라 출간된 페미니즘 문학작품은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이슈를 충분히 다루면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젊은 여성들이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인간적 자존감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단계가 주목하는 주제가 한 가지로 굳어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최근 문학계에선 ‘중견 남성 작가는 이제 안 통한다’는 자조도 나온다”며 “소설의 주 독자층을 겨냥한 젊은 여성 세대 이야기에 갇혀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설 판매량 크게 증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불안하던 정치 국면이 안정되면서 올해 소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교보문고 소설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6% 상승했다. ‘거물급 작가’들이 잇따라 신작을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문학동네)은 올해 교보문고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15위를 차지했다. 남성 작가 중 올해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김영하 작가의 신작 단편집 《오직 두사람》(문학동네)은 19만 부 제작됐다.
굵직한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잇따라 번역출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1·2》(문학동네)는 25만 부씩 총 50만 부를 찍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 1·2》 역시 총 30만 권이 팔렸다.
싱어송라이터가 수상한 작년과 달리 올해는 ‘노벨문학상 특수’도 있었다.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있는 나날》(민음사)은 올해 총 7만5000권가량 팔렸고, 이시구로의 작품 7권은 총 15만 권 가량 판매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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