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이디어 베껴 생산한 중소기업 제재

입력 2017-12-05 19:16   수정 2017-12-06 07:08

특허청, 생산·판매 중지 조치
대형마트에도 판매중지 권고
부정경쟁방지법 개정후 최초



[ 박근태 기자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상품 아이디어를 모방해 비슷한 제품을 제조하고 대형마트에 납품한 중소기업과 이 제품을 판매한 대형마트가 시정 권고를 받았다.

특허청은 5일 식품제조 스타트업인 이그니스가 개발한 간편식을 모방한 제품을 제조해 판매한 엄마사랑에 해당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지하라고 시정 권고 조치했다. 또 이 회사에서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한 홈플러스에도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이번 조치는 경제 약자의 상품과 영업외관 아이디어를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7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된 이후 적발한 첫 번째 사례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그니스는 3년간 연구 끝에 플라스틱 용기에 식용 가루를 담은 간편식 랩노쉬를 지난해 9월 내놨다. 이 제품은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펀딩에 성공하고 올 3월부터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홈플러스가 협력회사인 엄마사랑이 만든 ‘식사에 반하다’라는 유사 제품을 납품받아 반값에 내놓으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이그니스는 제품 맛, 용기 디자인 등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도용됐다며 반발했다.

특허청은 두 회사 상품의 용기 모양과 용기에 붙은 수축 레이블 디자인, 가루 형태의 내용물뿐 아니라 상품의 전반적인 형태도 사실상 같다고 판단했다. 병목 길이나 병뚜껑 크기, 모양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제품을 서로 다른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봤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전 상품이 없었다면 엄마사랑이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는 법이 정한 상품 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이 최근 3년 이내 제작한 상품 형태와 비슷한 상품을 양도·대여하거나 전시하고 수출·수입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허청은 전담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불법적인 형태 모방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식품과 의류 산업으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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