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기 "소외계층 도우려 은퇴 금융인 뭉쳤죠"

입력 2017-12-05 20:25  

'금융 멘토' 나선 정한기 전국퇴직금융인동우회 회장

동화은행 거쳐 자산운용 사장 역임

창업나선 청년의 금융애로 해결
탈북민·노인 등 금융교육 추진



[ 황정환 기자 ] “많은 퇴직 금융인이 능력을 썩히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아까운 재능을 사회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 전국퇴직금융인동우회(금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한기 회장(전 유진자산운용 사장·사진)은 “나이 50도 채 안 돼 은퇴자 행렬에 낀 쌩쌩한 금융인들이 청년 창업을 돕는 ‘금융멘토’ 등의 역할을 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금융인이다. 1983년 서울신탁은행에 입사한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화은행 지점장이었다. 하지만 환란(換亂)을 견디지 못한 동화은행이 신한은행에 인수합병되면서 그도 실직자가 됐다. 4개월여 백수 생활 끝에 그는 제일투자신탁(현 하이투자증권)에 차장으로 재입사했다. 전 직장 직급보다 한 단계 낮춰서다. 이후 SK증권, NH증권을 거치며 증권맨으로 변신했다. 2015년 유진자산운용 사장을 끝으로 그는 현직에서 은퇴했다.

30여 년간 금융권에 몸담으며 지켜본 퇴직 동료들의 삶은 비참했다. 환란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동화은행 직원 1500여 명 중 절반이 도시빈민층으로 전락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정 회장은 “알콩달콩 사내연애로 결혼한 후배 직원이 생활고에 못 이겨 이혼했고 연이은 사업 실패로 거리로 나앉은 동료도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며 내가 동료 금융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우회는 그렇게 2015년 8월 정 회장과 몇몇 금융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으로 시작됐다.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던 퇴직 금융인이 금우회 취지에 공감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정식 발족한 금우회 회원은 현재 1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금우회는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한국능률협회와 협력해 퇴직 후 제2의 성공을 거둔 ‘은퇴선배’들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기업 후원을 받아 은퇴한 임원급 금융인의 네트워킹을 돕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하는 공간을 여의도에 마련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는 “우리의 최고 과제는 퇴직 금융인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5060신중년금융인정책포럼’은 이런 노력의 첫 시작이다. 이날 포럼에서 금우회는 탈북민, 노인, 다문화가정 등 금융소외계층에 기초금융교육을 하는 ‘금융해설사’와 창업 청년의 금융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금융멘토’ 두 가지를 제안했다. 정 회장은 “은퇴 금융인에게 일자리를,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계층과 청년창업자에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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