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한국행 관광 상품을 만들면 곧바로 시장 수요를 검토하겠다." - 베이징 허핑티엔샤 장즈리 CEO
"한국 여행 시장은 싼커(개별 관광객)의 성장세가 가팔라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 쉬샤오레이 중국청년여행사 CBO
이번 주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3월15일) 이후 약 9개월 만에 감지된 한·중 간 해빙 분위기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지난 2일 사드 갈등 후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5일 서울 장충동의 신라면세점을 방문해 단체 쇼핑을 시작했다.
중국 대륙이 다시 'K-뷰티'를 품에 안은 모습이다. 발빠른 주식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주(株)까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K-뷰티의 부활에 '확신'을 심어 주는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어서다.
◆ 중국인 '무비자 입국' 한시 허용…"파격적인 결정"
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인천과 김포 등 모든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체류기간 15일 이내)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정부는 또 이 기간 동안 정상적인 입·출국을 한 중국인에게 향후 5년간 유효한 복수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국제 스포츠 행사 기간에 무비자 입국 혜택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 이벤트로 인해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른 중국인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유치) 회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화장품 업계의 판단이다.
오대식 하이투자증권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은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이미 베이징-산둥 단체 관광 상품의 활성화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이 지역 외에 남아있는 한국행 단체 관광 비자 제한 역시 연내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을 통해 중국인 입국자수의 가파른 회복세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기존 단체관광객 유입을 반영하지 않았던 2018년 중국인 입국자 수 추정치(574만여명)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어 화장품 업체들의 수익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2018년 중국인 예상 입국자수 '735만여명' 기대
국내 화장품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대부분이 중국인 인바운드의 회복에 달렸다는 분석이 상당수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의 올 2, 3분기 면세점 판매 실적은 부진했지만, 여전히 면세점 내 매출 상위 브랜드 1, 2위에 화장품 브랜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한국행 관광 제한, 구매 수량 제한 등 각종 제약 조건을 감안하면 K뷰티에 대한 중국인의 수요가 여전힌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내년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보다 85.5% 증가한 763만5151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2016년에만 중국인 관광객 800만명이 한국을 찾았는데 일본 '센카쿠 열도 분쟁' 사태와 비교해 볼 때 중국인 인바운드가 회복되는 시기는 한국행 관광이 전면 금지된 올 3월15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중국인 입국자수를 추정해 보면 약 763만명"이라고 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 2018년 3월부터 중국인 입국자 수가 2015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해도 2018년 중국인 입국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571만명. 그러나 2015년 6~8월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전년 대비 46.4% 감소한 결과였다.
메르스 사태 기간을 2014년과 2016년의 평균 수치로 대체해 중국인 입국자 수를 가늠해 보면 2018년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691만명으로 예상된다. 보다 공격적으로 접근해 메르스사태 기간을 2016년 수치로 대체할 경우 2018년 중국인 입국자수는 717만명이라는 게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 11월 중국쪽 화장품 수출액 34.2%↑…일본·인도·유럽쪽도 '굿'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중국쪽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일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적었던 10월 수출액은 2.9% 증가에 그치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었다.
오대식 애널리스트는 "11월 수출의 회복세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11월11일) 때 한국 화장품이 보여준 저력 때문"이라며 "여기에 눈에 띄게 회복 중인 한국 화장품 수요와 마케팅 활동 재개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화장품 업계는 실제로 광군제를 전후로 중국인 대상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판촉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이 단발성이 아닌 한·중 관계 회복과 함께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K뷰티는 또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올해 사상 최초로 화장품 무역수지 30억달러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드 악재로 중국 수출 성장 폭이 확 줄었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비중화권을 중심으로 수출이 성장한 것이다.
일본과 인도에서도 K뷰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한번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 9월 누적 기준으로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83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인도의 경우 한국 화장품 판매 점유율은 매년 2%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총 판매 규모는 2억7000만달러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 K뷰티 대표株 9월부터 주가 급상승…아모레퍼시픽 두 달간 43% 상승
'반한 감정'이 사라질 조짐을 보이자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26일 장중 23만6500원까지 떨어졌지만, 5일 장중 한때 33만9500원까지 뛰었다. 두 달 전 최저가 대비 43%가량 오른 것이다. 아모레G의 경우 이날 연중 최고치(16만1500원) 기록을 다시 썼다.
LG생활건강은 9월25일 84만2000원까지 밀려났던 주가가 지난달 9일 단숨에 129만원까지 회복했다. 주가가 53% 상승하는데 불과 1개월 남짓 걸린 셈이다.
토니모리와 한국콜마의 주가그래프도 같은 시기에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토니모리는 전날 장중 2만2900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가(2만3700원, 5월18일)에 근접했고, 한국콜마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13일 6개월여 만에 9만원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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