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감독은커녕… 투기 부추기는 가상화폐 거래소

입력 2017-12-06 17:33  

작전세력에 춤추는 가상화폐

국내선 가격제한폭 90%로 확대



[ 성수영 기자 ] 시세 조종 등 투기 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해 오히려 시장 왜곡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관련 입법을 미루는 동안 거래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거액의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00% 민간 기업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매수·매도와 관계없이 거래 한 건에 각 당사자로부터 0.05~0.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1위 규모 거래소 ‘빗썸’의 수수료 수익은 605억7000만원에 달했다.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할수록 거래량이 늘면서 수수료 수익도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거래소는 최대한 이용자들이 거래를 많이 할 수 있게 차트 디자인을 자극적으로 변경한다”고 귀띔했다.

업체들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앞다퉈 호가 제한폭과 1회 입출금 한도를 늘리고 있다. 빗썸은 지난 4일 호가 제한폭을 기존 50%에서 90%로 확대했다. 코인베이스나 비트스탬프 등 외국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유명 거래소는 호가 제한폭을 최대 30%로 설정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빗썸 공지를 보고 ‘사실상 도박하라는 얘기 아닌가’ 싶어 깜짝 놀랐다”며 “갈수록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장처럼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거래소가 시장 감시·감독은커녕 사고 수습도 제대로 못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지난달 12일 빗썸에서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문이 몰려 한 시간 반 동안 서버가 멈췄다. 그동안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284만원에서 168만원으로 폭락했다. 지난 4월에는 거래소 야피존이 해킹으로 55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야피존은 “손실은 모든 회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회원 개개인의 자산을 37.08%씩 차감해 손해를 메웠다.

관계 법령이 없어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에게 배상 의무가 없다는 점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거래소를 개설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된다. 한국에 개설된 거래소는 5개, 개설 준비 중인 거래소만 2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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