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이 투자로 '매력 국가' 투표하는 시대… 한국은 위기다

입력 2017-12-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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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미국발(發) 법인세 인하의 충격파에 휩싸였다.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을 통과시키자, 각국에서 미국으로의 기업 이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 감세법안은 상·하원을 통과한 내용이 일부 달라 조율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어떻든 내년부터 미국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보다 낮아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은 법인세 실질부담률을 29.97%에서 최저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중국은 지난해 감세 조치에 이어 기업 비용부담을 추가로 줄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미국 감세 정책이 역내 기업과 글로벌 세제에 미칠 영향을 함께 논의했다. ‘글로벌 세금 전쟁’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발 법인세 인하 쇼크는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미국 경제학자인 찰스 티뷰는 주민들이 더 나은 지역공공재를 찾아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oot)’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시장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더 나은 지역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많고, 세금도 많은 나라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세계 각국의 투자 유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더 매력적인 경영 환경을 찾아 떠나는, 기업들의 ‘발로 하는 투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오히려 올렸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40%에서 42%로 인상했다. 세계적 감세 추세로 볼 때 역주행이다. 높은 임금과 바닥인 고용유연성, 강성노조의 득세, 첩첩이 쌓인 규제를 고려할 때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이 자꾸 해외로 고개를 돌리고 나간 기업이 돌아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발로 하는 투표’에서 기업들은 한국과 미국 중 과연 어디를 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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