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의 활력 되찾아 주는 '문화로 청춘'

입력 2017-12-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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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동 <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


몇 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리며 ‘꽃할배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 있다. 2013년 영화로도 제작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소설은 100세 생일을 맞은 노인이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 자유로운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은 그 여정의 해프닝을 유쾌하게 다루고 있지만 필자는 어딘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스웨덴의 100세 노인’과 ‘100세 시대 한국 어르신’ 모습이 교차됐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한국 어르신은 신체적으로는 여전히 건강하지만 새롭게 ‘창문 밖으로 나가’ 도전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어르신이 스스로 주체가 돼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적고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매우 미흡한 편이다. 어르신이 ‘청춘’을 찾고자 도전하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어르신의 제2의 삶을 응원하고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올해로 11년차를 맞았으며 전국 333개 문화원 및 문화시설에서 어르신 9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사업의 특징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문화복지를 실현한다는 것과 그들이 문화를 활성화하는 주체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문화예술교육 동호회 및 봉사 활동 등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노년기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사업은 문화활동을 통해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도 내고 있다.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을 통한 변화는 현장에서도 느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은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며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흔히 노년층을 저물어 간다는 의미에서 가을에 빗대곤 한다.

그러나 100세 시대 노년기는 저물어 가는 의미의 가을이 아니라 더 영글어 가는 계절인 가을이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은 최근 ‘문화로 청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더 많은 어르신이 이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청춘’을 즐기고 소설 주인공처럼 제2의 삶으로 탈출하기 바란다.

이경동 <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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