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재사용·마이크로파 문제 해결이 관건
한국도 미래 대비해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야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우주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가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글로벌 우주개발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는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 7월까지 ‘국가우주기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도 총리가 앞장서서 우주기술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마다 그 목표 및 중점 프로젝트가 다르지만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우주산업이 큰 규모로 성장할 미래산업임을 간파하고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우주개발은 냉전시기에 미국과 구(舊) 소련의 경쟁으로 촉발됐다. 경제성이 무시되다 보니 우주개발은 비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정보통신시대를 거치면서 요즘은 경제성을 강조하는 ‘우주산업’이란 용어가 친숙해졌다. 자율주행차, 드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산업이 등장하면서 이들 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관측위성, 통신위성, 항법위성과 이를 지구궤도에 올려 놓을 우주발사체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면 미래의 우주산업은 어떨까. 아마도 우주여행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광대한 우주를 동경한다. 안전성 문제로 연기되고는 있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우주여행은 곧 실현될 것이 분명하다.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와 함께 미래 우주산업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이 우주태양광발전 프로젝트다. 지난달 6일 국회에서 국제우주태양광발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우주태양광발전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해결 가능한’ 몇 가지 난관만 극복한다면 인류는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도 대기오염 걱정 없는 청정에너지 말이다.
우주태양광발전의 요점은 지상 3만6000㎞ 정지궤도상에 태양광 수집 우주구조물을 띄우고 수집한 태양광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구로 보낸다는 것이다. 태양광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부분 흡수돼 일부만 지상에 설치한 태양전지판에 도달하게 된다. 반면 대기권의 방해를 받지 않는 우주공간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은 지구상의 것보다 월등히 효율이 높다. 토론회 발표에 의하면 최근의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은 1GW 정도다. 이 정도의 전기용량을 얻기 위해서는 수㎞ 길이의 태양광 수집 우주구조물을 설치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지구 정지궤도의 원주(지름)가 22만㎞ 정도이니 일렬로 설치해도 수만 기(基)를 배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해결 가능한’ 몇 가지 난관은 태양광 수집 우주구조물을 지구 정지궤도까지 올려줄 우주발사체 발사비용과 마이크로파에 대한 건강상 인식문제라고 한다. 우주발사체 비용문제는 지금 한창 개발되고 있는 ‘재사용 우주발사체’가 안정화되면 해결될 수 있다. 재사용이란 우주발사체가 비행기처럼 발사장으로 되돌아와 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재사용 우주발사체의 발사에는 연료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마이크로파는 인간에게 직접 쏘여도 해가 없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책임자가 직접 마이크로파 속에서 실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우주태양광발전이 5~10년 안에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20~50년 정도면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주태양광발전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은 또 다른 산업혁명의 전환점이 될 게 틀림없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2차 산업혁명이 전기와 내연기관으로 촉발됐듯이 에너지의 혁신적 변화가 산업혁명의 동인(動因)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에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비한 기술 및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국민 자긍심 고취, 파급 효과를 통한 기술강국 실현 등의 열매도 즐길 수 있다.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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