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서비스 확대 등 생태계 격변할 듯
IT 등 경쟁력 기반해 개방·협력 꾀해야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2018년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상용화의 실질적 원년으로, 132년 역사의 자동차산업에서 격변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국내외 언론은 구글의 100%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Waymo)’ 개시를 보도했다. 무료 테스트 기간이 지나면 일반사용자에게 택시요금을 부과할 계획으로, 연구개발과 시험주행 단계였던 자율주행차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우버, 리프트, 테슬라, 애플 등 경쟁자들도 상용화를 서두르면서 스마트폰 출시 이후 목격한 10년간의 통신산업 격변보다 거대한 변화가 닥쳐오고 있다. 1980년대 홀로 작동되는 PC에 비유되는 현재의 자동차는 앞으로 커넥티드 디바이스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오늘날 인터넷 접속기능이 없는 PC가 골동품이 됐듯 미래에 ‘연결’되지 않은 자동차는 박물관으로 가게 될 운명이다.
전화와 자동차는 발명 이후 세 차례 변곡점을 지나왔다. 전화는 유선→무선→스마트폰, 자동차는 내연기관→전자제어→커넥티드 카 단계를 거쳤다. 1876년 유선전화가 발명됐고 1980년대부터 무선전화가 보급됐으며, 2007년 스마트폰 출시로 음성통신에서 데이터통신 위주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로 변모했다. 자동차는 1885년 내연기관차 발명 후 1980년대부터 전자제어엔진(ECU)이 보급됐고, 2017년 커넥티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단계에 들어섰다. 커넥티드 카의 보급속도는 스마트폰보다는 느리겠지만 내구재 특성상 시장 변화의 파장은 더 클 것이다. 스마트폰은 가격이 100만원가량에 2년 정도를 사용하고 승용차는 중형 기준 3000만원 내외에 10년 이상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대비 30배의 가격과 5배 이상의 교체주기가 특성인 승용차의 시장 변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전환에 10년이 걸렸으니 교체주기를 감안해 승용차는 5배인 50년을 기준점으로 설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격변이 시작되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내연기관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겠지만 시장 중심이 신규 출시되는 커넥티드 카로 이동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소비자로선 가동률이 낮은 자동차의 특성상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흐름이 확산되면 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24시간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필요시에만 빌리기 어렵지만 자동차는 이동 시에만 사용하면 충분하기에 공유 서비스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커넥티드 카 출현으로 촉발되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변화로 자동차산업은 물론 쇼핑, 오락, 교육 등 여타 관련 산업에도 막대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나타난 양상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용 전자기기의 블랙홀이 되면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 내비게이션, 휴대용 손전등, 자명종, 나침반 등이 사실상 사라졌다.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음식배달에서 애견관리에 이르는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앞으로 커넥티드 카가 보급되면서 정보기술(IT), 도로, 건물, 주차장 등 인프라의 개념이 변화될 것이고 이동시간을 업무나 휴식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다. 현재의 운전은 미래에는 특별한 취미와 레저로 변화한다. 이는 과거 일상생활이었던 말 타기가 자동차 출현 이후 승마라는 취미로 변화한 것과 같은 경로다.
자동차산업은 한국 경제의 근간으로 20세기 후반에 뒤늦게 합류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업계의 유일한 사례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서 위기감과 아울러 가능성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커넥티드 카 시대 주도권 확보의 출발점인 자동차를 비롯해 스마트기기, 반도체, 배터리, IT 인프라에서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특징인 개방과 협력이 상호이익 기반에서 다각적으로 이뤄진다면 미래 모빌리티산업을 주도할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의 현재적 의미를 전략적 차원에서 반추해 볼 시점이다.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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