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적자 공포'… "배출권 가격 상·하한제 도입해야"

입력 2017-12-07 17:36   수정 2017-12-08 06:03

탄소배출권에 휘청이는 기업들

배출권거래제 할당 상위 39개사 설문
기업 38% "배출권 할당방식 공정성 확보를"
내년 할당계획도 늦어 사업계획 못 짤 판



[ 심은지 기자 ]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도입된 건 2015년이다. 그해 12월 맺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내놓은 제도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부 할당량보다 많으면 그만큼 거래시장에서 구입해 채워야 한다. 반대로 배출량이 적어 할당량이 남아돌면 시장에서 팔 수 있다.

그동안 배출권 거래제는 내팽개쳐진 것과 다름없었다. 총괄부처가 3년 새 두 번이나 바뀌었다. 환경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작년 6월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가, 정부가 바뀐 뒤 다시 환경부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부는 제도 활성화는커녕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정보인 할당 계획도 미루고 있다. 시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반영하면서 배출권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상 최고가인 t당 2만8000원을 찍었다.


◆기업 54% “할당 방식 잘못됐다”

7일 기후변화센터가 이달 초 배출권거래제 할당기업 39개사(전체 배출량의 55%)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일부 기업은 배출권 할당 목표를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감소해야 할 정도로 큰 경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은 ‘배출권 차입 및 잉여분 이월’(설문 기업의 31%), ‘기술 투자 및 내부 감축활동’(29%), ‘탄소배출권 구입’(26%) 등을 통해 할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생산량 감소’(8%)가 유일한 수단으로 남았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업종별로는 시멘트 업종의 경영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의 배출권 가격과 순이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다수의 시멘트 업체의 적자 전환이 우려된다”고 했다.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는 ‘할당 방식의 투명성·공정성 확보’(38%)를 꼽았다. 이어 ‘배출권 가격 안정화’(16%), ‘온실가스 감축기술 및 시장동향 정보의 접근성 강화’(12%), ‘국내 외부감축사업의 인정 확대’(10%) 등의 순이었다.

◆“2차 할당계획 빨리 공개하라”

기업들의 관심은 ‘2차 배출권 할당계획’에 쏠려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3년마다 큰 틀의 기본계획을 짜고 기업별로 배출권 할당량을 나눠준다. 지금은 1차 이행계획 기간(2015~2017년)이 마무리되고 2차 이행기간(2018~2020년)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당초 정부는 지난 6월까지 기업별 할당량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면서 1년이나 연기됐다.

기업들은 “할당 계획을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얼마나 할당받을지 알아야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내년 6월에나 확정된다니 답답하다”며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도 내년을 대비해 물량을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배출권을 이월했다가 앞으로 할당량이 깎일 수도 있으니 안 팔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배출권 상하한제 도입해야”

배출권 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기후변화센터의 제안이다. 설문대상 기업의 34%는 ‘배출권 상하한제 도입’을 원했다.

배출권 상하한제는 배출권 가격의 상하한선을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다. 상하한가가 있으면 기업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대안들도 제시됐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지금은 특례 규정이 있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사업과 탄소배출권 감축실적이 복수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특례를 없애 외부사업을 둘 다 인정하는 게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출권 전문 공무원을 육성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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