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중 FTA 2단계 협상 '경제적 가치'만 봐라

입력 2017-12-07 18:06  

관광·물류·의료 등 추가 개방에 초점 맞추고
'네거티브 방식' 통해 중국 시장 진출 여지 넓혀야
'사드보복' 등에 맞설 진전된 ISD 논의도 필요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제협정 중 하나이지만 우리가 맺은 FTA 중 개방 수준이 제일 낮다.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및 부품, 철강제품 등을 양국 모두 양허 제외했으며, 농수산물은 우리 측이 민감품목을 제외한 결과 40%대 개방(수입액 기준)에 그쳤다. 서비스 부문의 개방도는 더욱 낮다. 중국이 155개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개방한 90개 분야(법률, 엔지니어링, 건설, 유통, 환경, 엔터테인먼트 등) 중 완전 개방은 데이터프로세싱, 금융정보제공 서비스 등 6개 분야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중(對中) 문화콘텐츠 수출(연 14억달러)은 일본에 이어 2위이고 매년 10%씩 성장하는 유망산업인데도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량제한, 투자제한 등 주요 규제는 후속협상 의제로 미뤄졌다. 스크린쿼터도 배급사와 이익 공유를 조건으로 한 해에 20편만 외국 영화 수입을 허용하는 체제를 중국이 그대로 유지해버렸다.

이런 결과는 2014년 11월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의 실현과 북핵(北核) 문제 해결에 중국이 대북 압박을 해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갖고 한·중 FTA 협상 타결이라는 선물을 서둘러 안겨준 데 따른 것이다. 당시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에 일본이 가입을 선언하는 등 대중국 포위망이 현실화되고 있어서 중국은 한·중 FTA를 절실하게 원했다. 우리로서는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시해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런 정치적 편의주의 외교의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지금 우리의 대중 서비스 수출(40억8000만달러)은 FTA 체결 이전보다 48%나 줄었다. 한국 정부가 FTA 조기타결로 친중국 분위기를 띄우더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입장을 급선회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 중국 측이 사드 보복으로 이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전세기 운항 불허,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한류’ 위축, 한국행 단체여행알선 규제는 모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및 한·중 FTA에서 미개방한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에 한·중 FTA에서 개방의 폭이 좁았던 점이 더욱 아쉬웠던 대목이다.

이제 협정 발효 후 2년 안에 서비스협정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오는 20일 이전에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중국은 세계 서비스무역 총액의 10%(1조달러)를 차지하는 세계 2위 서비스 소비시장이다. ‘중국 안보환상’을 버리고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FTA 이슈를 직시해야 하며, 한·중 협력 모양새만 내기 위해 자유화 수준을 낮추고 정치·외교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식의 안이한 접근은 금물이다. 관광, 물류, 의료, 전자상거래, 콘텐츠 분야 추가개방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건설, 광고, 영화 등 부문에서의 시장접근 제한도 추가로 완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협상 결과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해 넣음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를 통해 높은 수준의 서비스 개방을 허용했다. 이제 중국과의 협상을 맞아 얼마나 많은 중국 측의 개방을 이끌어내는지는 우리가 미국, EU에 대해 양허한 사항 중 중국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협상하는지에 달려있다. 미국, EU에 대해서만 배타적으로 개방(법률서비스의 3단계 개방 등)된 우리 시장을 중국에 대해서도 개방하는 것이 우리 산업 발전에 긍정적 경쟁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개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은 △인허가 절차의 지연 △청산절차에서의 부당한 대우 △각종 기업활동 환경의 투명성 부족 등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투자자·정부소송제도(ISD)를 한·중 FTA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ISD 조항은 국내소송 절차 선행 요건이 있어 투자자의 선택 폭을 제한하고 있으며 절차적 투명성 및 중재절차 규정이 미흡한 상태다. 현재 규정돼 있는 관광문화과학기술지방경제 협력 노력조항들도 의무조항으로 바꿔 이들 분야에서 사드 보복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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