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하고, 소품 훔쳐가고…모델하우스 '얌체 백태'

입력 2017-12-08 14:56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얌체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시용 소품을 몰래 가져가거나 먼저 입장하기 위해 관계자처럼 행세하는 등 수법도 가지가지다.

8일 문을 연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부피가 작은 전시용품을 거의 배치하지 않았다. 일부 방문객이 물건을 주머니에 몰래 숨겨서 가져가는 등 도난이 끊이지 않아서다.

드레스룸이나 화장실 등 비교적 방문객이 붐비지 않는 곳에 배치된 소품은 도난 빈도가 더욱 높다. 고가 제품의 경우 다시 구입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단지 분양 관계자는 “드레스룸을 꾸미기 위해 걸어두는 넥타이나 스카프 등 간단한 치장의류는 없어지는 일이 많다”며 “겨울엔 외투 안에 그대로 숨기기 쉽다 보니 도난 우려가 더욱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지는 않지만 주방 식탁이나 팬트리 등에 전시되는 수저세트와 해외 통조림 등도 자주 없어지는 소품 가운데 하나다.

명품 대신 전시한 명품 쇼핑박스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에르메스 등 명품 포장박스를 배치하면 줄줄이 사라진다”면서 “옷장 안에 뒀던 소품까지 찾아서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른바 ‘지능형 새치기’도 골치다. 모델하우스에 남보담 먼저 입장하기 위해 건설사나 분양 대행사 관계자를 사칭하는 방법이다. 모델하우스가 개장하면 입구에서 줄서기 등 방문객 질서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대부분 대행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실제 분양 관계자들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양복까지 입고 와서 그럴싸하게 행세하며 입장하는 얌체족이 있다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취재를 빌미로 친구나 지인들을 데려와 먼저 입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부 기자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길게는 두세 시간 동안 줄을 선 일반 방문객의 원성이 자자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마지못해 기자의 편의를 봐줬다가 단체 항의가 들어와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지곤 한다”며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장소인 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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