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국회 앞 현수막 게시대는 각 정당 및 시민단체들이 내거는 정치 홍보 현수막으로 넘쳐나는 공간입니다. 국회 인근에 부착하는 각 정당, 시민단체들의 현수막은 관할인 영등포구청에 허가를 받아 사용료를 내야 내걸 수 있습니다. 최근 국회 앞 현수막 게첩 가능여부를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구청 측이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한국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게시대에 설치한 정치 홍보 현수막을 영등포구청이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청 측은 일방적 철거가 아니라고 맞서면서 정치 현수막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한국당 중앙당 홍보본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의 당시) 문재인 정부의 국민세금 퍼쓰기 예산에 대한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감수를 받아 영등포구청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책현수막을 지난달 29일 밤 국회 정문 앞에 게첩했다”며 “영등포구청이 게첩한지 5일 만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현수막을 철거(지난 4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당 홍보본부는 “현수막 철거 다음날인 5일 영등포구청에 곧바로 항의했지만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남을 비방하는 내용이라 게첩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6일 “구청의 게첩 불가 입장이 담긴 공식 공문을 달라”고 한국당 측이 요구하자, 구청 담당자는 “죄송하다. 게첩해도 좋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 한국당의 설명입니다. 한국당 측은 “(구청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은 모두 통화 녹음해뒀다”고도 했습니다.
한국당은 “영등포구청 담당자는 정권이 바뀐 2017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자유한국당 현수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영등포구청의 조치는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했습니다. 한국당은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영등포구청의 행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항의방문 및 법적조치 등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영등포구청 주무부처인 건설관리과에 직접 확인을 해 봤습니다. 구청 담당 공무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현수막 게첩 신청서 상에 기재했던 현수막 게첩 목적·내용과는 전혀 다른 현수막을 게첩했기 때문에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수막 게첩 신청서 상의 현수막 내용과 실제 현수막 내용이 달랐다는 것이지요.
담당자는 “구청에서는 철거 후 한국당에 공문을 보내 철거사실을 분명히 통보했다”며 “현수막 내용을 문제삼아 게첩 불가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한국당에 보냈던 공문 내용 등은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정문 앞 삼거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현수막 하나를 놓고도 예민한 설전이 오가는 것은 그만큼 국회 앞 현수막이 주는 홍보 효과가 크다는 뜻이겠지요. (끝)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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