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데스크 시각] 중소기업은 은행만 쳐다보는데…

입력 2017-12-10 16:51   수정 2018-05-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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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중소기업부장 twkim@hankyung.com


새 정부 들어 각종 중소·벤처기업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게 대·중소기업 간 상생이라지만 금융 지원책도 적지 않다.

벤처펀드 규모는 올해 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인데, 여기에 더해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모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이 민간자금과 함께 20조원의 대출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작 중소기업계 현장에서는 자금난을 해소할 대책이 부족하다며 불만이 크다. 중소기업의 자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은행은 별로 바뀌는 게 없기 때문이다.

대출의존도 압도적으로 높아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인을 대상으로 내년에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설문조사했다. 응답자의 28%가 ‘금융지원 강화’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 부담 완화(5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금리도 인상되는 추세여서 자금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 강화는 정책금융을 늘리고 투자펀드를 확대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이들 자금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 금융시장 구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소기업 금융 규모는 705조원인데, 이 중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686조원이었다. 비중이 97.3%나 된다. 여기엔 기보 신보 등 신용보증 분과 정책자금 대리대출 등 112조원이 포함되는데, 이를 제외해도 그 비중은 80%나 된다. 반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장 앞세우는 벤처투자 규모는 초라하다. 전체 자금의 0.7%다. 한마디로 은행을 제쳐놓고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정부가 각종 정책금융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남의 일로 생각한다”며 “금리도 오르는 추세여서 은행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행 윈윈할 수 있어야

반면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관한 한 몇 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재무제표 위주의 자산건전성 또는 담보위주의 대출 관행은 바뀌지 않았고, 가계 대출 비중은 느는 반면 기업 대출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기업 대출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06년 91.4%에서 지난해 78.5%로 떨어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내 은행이 모두 국민은행화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물론 정부가 안정성을 제1덕목으로 하는 은행에 리스크가 큰 중소·벤처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리스크를 줄여주고 인센티브를 주는 다양한 방안을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은 국책은행인 개발은행이 민간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신용리스크를 유동화함으로써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내 업계에서는 아예 국책은행의 중소기업전담은행화(중기중앙회) 또는 벤처전문은행 설립(혁신벤처단체협의회)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은행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대출 관행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우리 은행들은 몇 년째 글로벌 리딩뱅크를 지향해왔다. 그러려면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은행도 중소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금융시장을 열어야 한다.

김태완 중소기업부장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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