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를 급여화하기 전에 진료비 정상화 필요하다" 주장
복지부, 내주 의료계와 대화
[ 이지현 기자 ]
의사 3만여 명(경찰 추산 7000여 명)이 10일 거리로 몰려나왔다.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등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정부에 진료비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세우고 문재인 케어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전국 의사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나온 건 2013년 12월 원격의료 반대 시위 이후 4년 만이다.
의사 3만여 명 모여 “문재인 케어 반대”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덕수궁 앞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고 “진료비 인상 논의 없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 핵심 정책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전국 각지에서 의사 및 의과대학생 약 3만 명이 모였다. 국내 활동 의사가 10만 명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20% 이상이 참석한 셈이다.
덕수궁 앞부터 시청 방향으로 280m 거리를 가득 메운 의사들은 ‘환자가 행복하면 의사도 행복하다’ 등의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했다. 이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낭독했다. 이필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기 전에 진료비를 정상화해 달라”며 “한의약정책과는 폐지돼야 하고 한방 건강보험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에 4개 요구사항과 16개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의사들은 △진료비 정상화 △비급여의 급여화 및 예비급여 원점 재검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불가 △소신 진료를 위한 심사평가체계 및 건강보험공단 개혁 등을 요구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불가” 주장도
의사들이 4년 만에 거리로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진료 행위에 대한 통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정부는 2022년까지 3800개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5년 동안 30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재정 대책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시행하면 의료 이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의료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원가의 70% 수준이다. 의사들은 이를 보전하면서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55조~85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을 발의한 것도 시위에 불을 지폈다.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문재인 케어에도 생애 주기별 한방서비스가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 근거와 정당성이 없다”며 “이를 국민 부담으로 시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의사들 이익만 챙기는 것” 비판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에 시민단체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를 통해 국민 부담을 늘리는 비급여를 관리하고 의료안전망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원색적 비판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양산하는 태도를 버리고 대안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의료계 이익만을 위한 행보는 국민에게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만나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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