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86)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입력 2017-12-11 09:01  

인간의 욕망을 그린 비극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라면 셰익스피어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그의 가장 유명한 희곡 『햄릿』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되려나. “숫자를 셀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단정하긴 힘들지 않을까. 문학청년이라면, 교양인이라면 셰익스피어 희곡 정도는 당연히 읽는 시절이 있었지만 종이책을 도외시하는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햄릿』 대신 『라이언 킹』을, 『로미오와 줄리엣』 대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환호하는 세상 아닌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한 작품이 많아 ‘셰익스피어 이후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작가가 태어난 영국이 아닌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매년 여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유는 뭘까. 1564년, 그러니까 453년 전에 태어난 작가의 작품이 지금도 뜨거운 환호를 받는 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져 최고조의 갈등을 극화한 비상한 작품들은 독서 중에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절묘하고 재미있다.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37편의 희곡, 2편의 장시,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인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를 비롯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 유명한 작품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햄릿』이다.

네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극 구경을 다닌 셰익스피어는 열한 살 때 입학한 그래머스쿨에서 다양한 학문을 익혔으며 특별히 『성서』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매료되었다. 햄릿이 레어티즈와의 결투를 말리는 호레이쇼에게 “참새 한 마리가 떨어져도 신의 섭리가 작용하는 법이니”라고 마태복음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햄릿』의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아버지가 죽은 후 왕권을 이어받은 숙부가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자 햄릿은 충격의 나날을 보낸다. 기막힌 사실 앞에서 햄릿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라고 탄식한다. 뒤늦게 유령을 통해 아버지가 숙부에게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안 햄릿이 분노에 휩싸이며 복수를 계획한다. 햄릿은 그 과정에서 영혼을 바쳐 사랑한 오필리아와 아프게 헤어진다. 숙부를 살해하려던 햄릿은 실수로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고, 충격을 받은 오필리아가 거의 실성한 상태에서 들꽃을 엮은 화관을 쓴 채 익사하고 만다.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는 숙부의 계략에 빠져 햄릿과 결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레어티즈, 햄릿, 어머니까지 죽고 만다.

5막의 희곡 속에서 왕과 왕비, 햄릿이 사랑한 오필리아,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 마지막으로 햄릿까지 주요 등장인물 6명이 모두 죽음을 맞는 격정적인 스토리가 숨 가쁘게 이어진다. 불행이 배신과 불운을 타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햄릿의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달을 수 있다.

현대 문화산업에 영향

스토리는 비극적이지만 주고받는 대사 하나하나는 다 마음에 새기고 싶을 만큼 주옥같다. 줄을 긋거나 노트에 옮겨 적기에 적당한 문구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도 바로 『햄릿』에 나오는 대사다.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가 자녀들에게 남기는 충고는 지금도 유효한 내용들이다. ‘생각을 함부로 내뱉지 말 것, 엉뚱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말 것, 잡스런 친구를 사귀지 말 것, 싸움판에 끼어들지 말 것, 남의 말을 경청하되 가부의 판단은 삼갈 것, 돈은 꾸지도 꾸어주지도 말 것’ 등등.

수양버들 잎이 거울 같은 수면 위로 비치는 곳에서 화관을 쓰고 익사한 오필리어는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현대 문화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괴테의 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무대에서 보는 것보다 읽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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