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中 텐센트의 '인터넷 굴기'… 해외 영토 넓혀 FANG과 정면승부

입력 2017-12-11 16:08  

美 테슬라 지분 5% 인수 이어
SNS업체 스냅 지분 10% 매입

세계 최대 음악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지분교환 협상도

글로벌 IT기업에 막대한 투자
亞기업 첫 시총 5000억弗 돌파

SNS·전기차·클라우드 등
FANG과 전방위서 충돌



[ 유하늘 기자 ] 중국 대표 인터넷업체 텐센트의 ‘인터넷 굴기’가 시작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텐센트가 올해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국 IT업계를 이끄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최대 위협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지난 3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지분 5%를 17억8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 8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스냅 지분 10%(약 1억4500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텐센트는 지난 8월 구글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을 이끈 앤디 루빈이 설립한 신생 스마트폰 개발업체 에센셜 프로덕츠에도 투자했다.

텐센트는 추가 투자도 계획 중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기업 스포티파이와 최근 지분 교환 협상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텐센트 계열사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와 스포티파이가 최대 10% 지분 교환 협상을 하고 있다”며 “양사 모두 내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텐센트가 지분 가치 부족 부분을 현금으로 보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540조원)를 넘어선 텐센트가 최근 투자한 기업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등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과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다. 스냅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SNS시장에서 거의 적이 없는 페이스북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페이스북과 텐센트는 앞서 2014년 인기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 인수를 둘러싸고도 경쟁을 벌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텐센트의 마화텅(포니 마) 회장이 등 수술을 받는 사이 재빨리 끼어들어 와츠앱을 낚아챘다. 페이스북은 텐센트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190억달러를 지급했다. 이 밖에도 텐센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상장 스타트업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원격 진료 등에서 구글과 경쟁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력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구글이 2009년 진행한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문샷은 달에 닿는 것처럼 혁신적인 생각이라는 뜻이다.

텐센트의 전략은 ‘프레너미(친구 같지만 실제로는 적인 관계)’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겉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텐센트와 아마존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지난 8월 텐센트가 에센셜 프로덕츠에 투자할 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가 인수한 게임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유명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아마존이 2014년 인수한 게임 전용 인터넷 방송 서비스 트위치 성장에 기여했다.

이들 업체는 동시에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클라우드컴퓨팅 자회사 텐센트클라우드는 지난 4월 연내 해외 데이터센터 5곳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경쟁이 불가피한 영역이다.

애플도 중국에서 메신저 기능 강화를 노리지만 시장을 장악한 텐센트의 위챗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팀 쿡 애플 CEO는 “텐센트는 최대, 최고의 개발사 중 하나”라며 “텐센트와 더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BC는 “올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텐센트가 미국 IT기업에 은밀한 위협(silent threat)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며 “실리콘밸리의 중간급 기업 뒤에 숨어서 매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텐센트는 올해 잘 드러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IT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투자를 대거 했다”며 “억만장자인 마화텅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의 마윈이나 일본의 거물 손정의와는 다르게 자신의 전략을 뽐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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