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금의 최저임금 산정기준으로 2020년 시급 1만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정기상여금·식비·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산정기준으로 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중견 이상 기업들의 경우 직원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는 1인당 최저 인건비가 이미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견기업 A사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델라웨어주는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이 8.5달러다. 원화로 따져 9300원가량 된다. 한국보다 훨씬 비싼 것 같지만, 정반대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6470원)과 비교해봐도 실질 지급액 기준으로는 한참 못 미친다. 한국에서는 기본급이 6470원일 뿐 400% 지급하는 상여금과 교통비, 식비, 학자금 지원, 퇴직적립금 등을 합치면 1만600원에 달한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기본급 외에 수당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에서 대기업 B사의 신입사원은 올해 임금 총액이 3940만원이지만, 각종 상여금 2050만원을 빼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189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례가 제시된 바 있다. 이렇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급여항목이 축소 왜곡된 것은 30년 전 시대 상황에 맞춰진 산정기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산정기준대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강행할 경우 중소기업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축소하겠다는 대·중소기업 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근로 취약계층에는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게 뻔히 예견돼 있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기업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최저임금이 산정기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이른바 ‘조작적 정의’의 문제점부터 서둘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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