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단가 후려치기' 과징금, 법원서 제동

입력 2017-12-11 18:26   수정 2017-12-12 07:09

'역대 최대규모' 과징금 받은 대우조선, 공정위와 4년 공방 끝에 승소

과징금과 이자 300억 돌려받아
대법 "협력사와 협의해 대금 결정
일방적으로 단가 낮추지 않았다"

공정위 "법 적용·해석 문제 인정
향후 행정 집행과정에 반영하겠다"



[ 고윤상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협력사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는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은 대우조선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생산성을 높여 ‘윈윈’하자는 발주기업과 협력기업의 관계를 법원이 인정하고, 하도급 대금에 대한 법적 해석을 엄격히 한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도급 계약을 ‘갑을관계’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해온 공정위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방적인 인하 아니다”…과징금 취소

공정위는 2013년 대우조선이 하도급사의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깎았다며 267억4700만원의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도급 대금 436억4700만원도 더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08~2009년 선박블록 조립 등의 작업을 89개 하도급 사업자들에게 위탁할 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 하도급법을 어겼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일방적’이고 ‘통상보다 낮으며’ 그것이 ‘단가’에 해당해야 한다는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도급 대금은 생산성 향상률뿐 아니라 물량, 작업장 요인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지급된다. 공정위는 이 중 생산성 향상률을 대우조선이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법원은 “대우조선이 내부적으로 생산성 향상률을 정해 이 사건 하도급 대금의 결정 요소에 반영했더라도 원고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와 수급사업자 사이에 상호이해 내지 합의에 의해 결정됐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또 대우조선이 협력업체들에 준 하도급 대금 수준은 비슷한 규모의 선박건조업자인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에 비해 높거나 비슷해 ‘낮은 단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생산성 향상 위한 것…후려치기 아냐”

생산성 향상률을 반영한 하도급 대금의 적절성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공정위의 관련 행정처분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후려치기’로 재단해버리는 공정위 판단에 제동을 건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사내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설비 및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는 협력업체 측 증인들의 진술을 법원이 인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수급 사업자에 대한 일방적 ‘갑질’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협력이라는 조선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상 가격이 얼마냐에 대해 법원과 공정위 간 시각차이가 있다”며 “어찌됐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만큼 공정위의 법 적용과 해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관련 내용을 향후 행정 집행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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