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발(發) 코발트 가격 급등에 폐가전서 광물 캐는 '도시광산' 떴다

입력 2017-12-11 19:10   수정 2017-12-12 05:26

코발트값 사상 최고
t당 7만5천달러…올 130% 급등
전기차업계 광물 확보 차질

고물 배터리가 '금맥'
도시광산업체 성일하이텍, 내년 설비 3배 증설 예정
매출 600억→2000억 전망



[ 고재연 기자 ] 배터리업계가 코발트, 니켈 등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자동차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공급은 한정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버려진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등을 캐내는 ‘도시광산’ 사업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이유다.

서랍 속의 도시광산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광물은 코발트다. 지난 8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코발트 현물 가격은 t당 7만5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ME 상장 이래 사상 최고 기록으로, 연초 대비 130% 급등했다. ‘윤리적인’ 원자재 수급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코발트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묻혀 있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콩고 내 코발트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코발트를 ‘분쟁광물’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발트가 분쟁광물로 지정되면 가격 급등은 물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배터리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미 전기차업계는 광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월 코발트를 최소 5년 이상 장기 공급할 업체를 찾는다는 입찰 공고를 냈지만 장기 공급처 확보에 실패했다.

배터리업계는 광물 공급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위험 요소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버려진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캐는 도시광산 사업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벨기에 유미코아, 중국 브럼프, GEM 등의 회사가 대표적인 도시광산 업체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이 도시광산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다. 먼저 폐배터리를 수집해 방전시킨 뒤 파쇄 및 분쇄 작업을 거친다. 분쇄한 배터리 분말에 황산을 부으면 용액 형태가 된다. 이 용액에 용매 추출 공정을 거치면 코발트, 니켈, 리튬이 차례대로 추출된다. 성일하이텍은 추출한 광물을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배터리 원소재업체에 납품한다. 연간 1000t의 코발트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해외 광산 대신 국내에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배터리업계의 물량 공급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생산 설비 규모를 세 배가량 증설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와 원재료 수급을 위한 광물 공급 계약을 맺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배터리업체가 도시광산 업체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광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이강명 성일하이텍 사장은 “서랍 속에 숨어 있는 오래된 배터리가 모두 도시광산인데, 이들 물량이 풀리면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이 회사는 2020년 20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선 1세대 전기차의 수명이 다하는 10년 뒤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25년 31만1000t의 전기차 배터리가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많은 폐배터리가 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는 의미다.

테슬라와 도요타는 2025년까지 필요한 배터리 소재의 10%를 재활용을 통해 얻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도시 광산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각광받으면서 광물 가격 안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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