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솜방망이 처벌이 늘린 '주차 뺑소니'

입력 2017-12-12 17:44   수정 2018-03-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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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


[ 구은서 기자 ] “피해자가 줄었냐고요? 모두가 예상한 대로입니다.”

이른바 ‘주차 뺑소니’를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6개월여다. ‘문콕 후 도주’ 등 주차장에서의 비(非)매너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서울의 한 교통경찰은 이같이 냉소적으로 답했다.

주차 뺑소니는 주차 시 다른 차량을 파손시키고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도망가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주차 뺑소니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됐다. 주차된 타인의 차를 파손시킬 경우 차량 주인에게 이름,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남겨야 해 뺑소니가 줄어들 것이란 게 입법자인 국회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주차 뺑소니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 11월 말까지 주차 뺑소니로 통고처분한 건수는 총 10만3347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매달 1만5000건 이상이다. 이는 개정법이 시행된 6월의 뺑소니 건수 1만3408건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일선 경찰관들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주차 뺑소니를 근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주차 뺑소니로 적발되면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한다.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최대 20만원의 벌금형이 전부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범칙금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개정안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다”며 “아무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 뺑소니로 인해 현장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성상 발생 시점과 가해자를 쉽게 특정할 수 없는 탓에 조사·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꼬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현장과 인근의 폐쇄회로TV(CCTV) 및 블랙박스 영상을 일일이 구한 뒤 1주일 가까이 돌려보기도 한다고 경찰관들이 고충을 토로했다.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매너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매너를 강제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다.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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