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아닌디야 고즈 교수 "무작위로 퍼붓는 모바일광고 외면… 기업들, 스토커 말고 비서가 돼라"

입력 2017-12-12 18:11   수정 2017-12-13 06:50

모바일 마케팅 저서《탭》저자 아닌디야 고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매장이 가깝거나 혼잡한 장소에서 광고 효용성 급증
AI는 모바일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여… 상호 시너지 기대
기업·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맞춤 혜택' 찾아주는 역할해야
한국은 기술 충분하나 수직적 의사결정이 발전 가로막아



[ 김현석 기자 ] #퇴근 후 극장 앞을 지나치려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 40% 할인해 주는 모바일 쿠폰이 날아왔다. 집에 전화해 오후 7시30분 영화를 보기로 했다. 1주일 전 오전 업무에 바쁠 때 이메일로 날아온 50% 극장 할인쿠폰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친구와 함께 구두를 사러 쇼핑몰에 갔다. 가방 매장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1+1’(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쿠폰을 받았다. 혼자였다면 무시했겠지만 친구와 같이 계획에 없던 가방을 샀다.

모바일 시대다.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모바일 마케팅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위로 뿌리는 모바일 쿠폰의 사용률은 1%에 불과하다. 아닌디야 고즈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위치와 날씨, 동선, 혼잡도 등을 잘 고려하면 쿠폰 사용률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모바일 광고에 지친 소비자라도 유용한 콘텐츠를 받았을 때는 광고가 아니라 조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즈 교수는 모바일 마케팅의 대가로 꼽힌다. 2014년 ‘마흔 살 이하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학 교수 40인’(MBA 종합정보회사 포이츠앤드퀀츠)에 선정됐고, 마흔세 살인 올해 석좌교수가 됐다. 그의 책 《탭》(한국경제신문 발간)은 모바일 마케팅을 할 때 염두에 둘 아홉 가지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준다. 맥락, 위치, 시간, 부각성, 혼잡도, 날씨, 사회적 역학관계, 테크놀로지 믹스, 이동 궤적 관련 빅데이터를 통해 검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스턴경영대학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달 블랙프라이데이에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작년보다 17% 늘었고, 모바일 쇼핑이 온라인 쇼핑의 절반을 넘어선 첫해가 됐습니다. 몇 년 뒤엔 70~75%를 차지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점점 더 편안히 적응하고 있어요. 초기엔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정보를 기업과 나누고 할인쿠폰 등을 받는 데 익숙합니다.”

▷모바일 경제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합니다.

“엄청나게 더 커질 겁니다. 지금은 소매유통, 여행 등 몇몇 산업에서 쓰이지만 훨씬 많은 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봅니다. 헬스케어 분야를 보세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정보를 모바일 앱을 통해 보내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교육산업도 마찬가지예요. 모바일 경제를 폭발시킬 요소는 증강현실(AR)이 될 겁니다. 지금은 여행사이트에서 별(★) 평점을 보고 호텔을 예약한다면 앞으로는 AR로 호텔방을 살펴본 뒤 선택할 겁니다.”

▷아홉 가지 요소 중 중요한 세 가지를 고른다면요.

“위치와 이동 궤적, 혼잡도가 중요합니다. 금융업, 소매업, 여행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등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산업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죠. 위치정보는 기본입니다. 모바일 앱을 설치한 대부분 소비자는 지리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는 통로가 됩니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의 행동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생활 보호에 큰 관심을 두는 것 같지만, 개인정보를 마치 돈처럼 쓰는 이들도 늘고 있어요. 위치를 알면 이동 궤적, 그리고 그 지역의 혼잡도도 알 수 있습니다.”

▷위치는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합니까.

“소비자와 매장 간 거리가 짧을수록 모바일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건 모두가 압니다. 중요한 사실은 PC로 검색했을 때보다 스마트폰으로 찾았을 때 그 차이가 배나 커진다는 점입니다. 즉 사용자와 매장 간 거리가 1.6㎞ 줄어들 때마다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을 조사해보니 PC 사용자는 12%씩 높아졌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는 23%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직관에 반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유인하려 할 때 PC 경로를 활용한다면 모바일 경로에서 제시하는 할인의 두 배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매장과의 거리가 1㎞ 더 늘어날 때 소비자가 쿠폰을 쓸 확률은 2.0~4.7% 떨어졌습니다. 할인율을 1%포인트 높이면 매장과의 거리를 92~230m 단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 돈을 들이면 소비자와 매장 간 거리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혼잡도가 미치는 영향도 궁금합니다.

“우리는 혼잡한 곳에 있을 때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공간과 사생활을 지킬 수 있다고 느끼죠. 지하철이 그런 환경입니다. 지하철 승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 결과 붐비는 지하철에 탑승한 그룹이 붐비지 않은 지하철에 탄 그룹보다 구매 전환율이 두 배나 높았습니다. 혼잡도가 높아지면 새로운 마케팅 기회가 생깁니다.”

▷모바일 광고 ‘홍수’에 질려 외면하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제대로 된 소비자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관련 없는 광고와 할인 프로모션을 무작위로 퍼붓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쳐가지요. 이를 고치려면 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우선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기업과 나눠야 해요. 그러면 기업이 그 정보를 기반으로 집사나 비서처럼 필요한 할인쿠폰 등을 보내게 되지요. 기업, 브랜드는 집사가 돼야지 스토커가 되면 안 됩니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상품을 골라주는 시대가 열릴 것 같습니다.

“구글이 AI 퍼스트를 내걸었지만 결국은 모바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AI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가장 큰 데이터 소스가 모바일이죠. 둘은 상호작용합니다. AI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겁니다. AI가 귀찮은 선택을 대신 해주겠지만, 그건 우리가 원할 때만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AI는 추천할 수가 없어요. 데이터가 늘어야 AI도 개선됩니다. AI는 데이터와 결합돼 있어요. AI가 주도하는 사회라도 모바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아마존에서 검색하고 추천을 받습니다.

“아마존은 두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상품 검색의 40%가 아마존에서 발생합니다. 구글로부터 쇼핑검색 점유율을 빼앗고 있어요. 음성 인식 쇼핑(conversational commerce)도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초기여서 이런 방식의 쇼핑이 얼마나 소비자 행동을 바꿀지 불확실합니다. 확실한 건 아마존이 변화시키는 세계에서도 소비자는 여전히 각종 상품과 브랜드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아마존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고 이를 골라내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소스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광고는 여전히 중요하죠. 기업들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잘 알려진 브랜드가 돼야 합니다. 연구해 보니 소비자는 아마존의 평점과 모바일 광고, 두 가지 채널에 의존합니다. 두 가지 채널은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이 모바일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위치 등 아홉 가지 요소를 개별적으로, 또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바일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겐 데이터를 나눠야 쓸데없는 광고가 줄고, 각종 맞춤형 혜택이 늘어난다고 말하고 싶어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AI가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모바일이 중심입니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 소스는 모바일입니다.”

▷모바일 시대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중국입니다. 중국은 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오픈마인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젊은이가 많고, 유연하며 변화를 시도합니다. 의사결정이 매우 빨라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현금이 필요없는 나라입니다. 대부분 알리페이를 사용하지요.”

▷한국을 평가한다면요.

“잘하고 있지만, 좀 더 바뀌어야 합니다. 기술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어요. 빅데이터 기술은 받아들여도 의식구조가 문제입니다. 수직적 문화가 강하고, 구세대인 최고경영자(CEO)는 진정한 4차 산업혁명, 모바일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조직이 오픈마인드로 모바일 세대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바일 경제엔 너무나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 아닌디야 고즈 교수는
구글·알리바바와 연구… 경영 사상가 30인 선정

아닌디야 고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석좌교수는 인도에서 태어나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4년부터 뉴욕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조교수로 출발해 8년 반 만에 전임교수가 돼 학교 최단기 기록을 세웠다. 올해 석좌교수가 됐다.

2014년 경영대학원(MBA) 종합정보회사 포이츠앤드퀀츠가 뽑은 ‘마흔 살 이하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학 교수 40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순위를 발표하는 ‘싱커스 50’으로부터 올해 30인의 경영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뭘 하는지를 분석했고, 기업들이 이 같은 통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탐구했다. 알리바바, 구글, 차이나모바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모바일 마케팅 관련 공동 연구를 했고 삼성전자, 애플 등에 모바일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2016년 4월 그동안의 모바일 마케팅 연구를 집대성해 《탭》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출간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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