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4~15일 하노이
'기회의 땅' 베트남… 치열한 한·중·일 경쟁
일본, 정부가 기업진출 지원
ODA 최대 공여국인 일본
원조땐 철저히 자국 기업 거쳐
한국 기업은 혼자서 고군분투
한국 '독무대' 아니다
베트남 국민 메신저 '얄로'
진짜 주인은 중국 텐센트
IT플랫폼 등 장악하며 진격
[ 박동휘 기자 ]
베트남 하노이 시내 중심부인 깟링거리, 경전철 공사가 한창인 이곳을 걷다 보면 시끌벅적한 중국어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반하동이라는 외곽까지 쭉 뻗은 대형 프로젝트 건설 현장으로 중국 정부가 돈을 대고 중국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다. 베트남 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한 중국의 평균 투자 금액은 다른 나라 대비 1.5배다. 그야말로 ‘거인의 진격’이라 할 수준이다.
베트남은 ‘가능성의 나라’다. 1억 명에 가까운 인구 중 30대 이하가 70%에 달한다. ‘택시 드라이버’ 대부분이 홍안의 젊은 층이다. 토요일에도 일하고, 1년에 휴일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근면하다. 한국 기업이 6000여 개(하노이 코참 등록기업 기준)에 달할 정도로 물밀듯이 몰려가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독무대’로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베트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장악한 중국
가장 진출이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이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각종 프로젝트만 1300여 건에 달한다. 베트남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베트남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품이 중국산이고,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베트남 물건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류항하 하노이 코참 회장은 “베트남이 1000년 남짓 중국에 지배를 받는 등 두 나라 간 뿌리 깊은 앙숙 관계로 인해 중국의 진출 은 은밀한 방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얄로’를 운영하는 기업의 숨겨진 대주주가 중국 텐센트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라인과 카카오톡을 베트남에 진출시키려다 좌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텐센트가 베트남의 주요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장악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기업이 돈을 대고, 겉만 한국 기업인 사례도 꽤 많다. IT부품업계에선 삼성전자 등 베트남에 진출한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중 이 같은 ‘무늬만’ 한국 기업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대 베트남 투자 1위라지만…
일본의 대베트남 투자 전략은 훨씬 더 치밀하다. 일본의 무상원조 자금을 움직이는 자이카(JICA)는 베트남 본부를 관청이 밀집한 하노이 구도심에 두고 있다. 베트남 상공부와 한 건물, 한 층에서 동거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하노이 신시가지에 있는 한인 밀집지역(롯데하노이호텔)에 둥지를 튼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베트남 최대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작년까지 누적 유상원조는 2조5726억엔, 무상원조는 1480억엔, 기술협력은 1655억엔에 달한다.
양국 간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는 하노이를 상징하는 철교 이름이 ‘까우넛떤(新日橋·신일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다리로, 젊은 층이 데이트하는 장소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 들어 일본 기업은 기존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IT, 자동차, 부동산, 서비스, 소재산업 등으로 진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선단식 진출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일본 기업의 침투를 도와주는 식이다. 아예 두 나라는 ‘베트남·일본 공동계획’이라는 논의기구를 세워 일본 기업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법령, 정책, 세무, 인력훈련 등 100여 개 항목을 13개 그룹으로 나눠 논의하는 구조다.
원조할 때도 일본은 철저히 자국 기업을 거친다. 유상원조는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이뤄지는데, 이때 반드시 일본 은행을 통해 원조자금이 집행되게 하는 식이다. 현지 은행 관계자는 “일본 은행들은 하노이에서 쉽게 법인 인가를 따는데 한국은 국민은행만 해도 혼자 힘으로 고군분투하면서 5년째 법인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에 기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베트남 ODA 공여국 2위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무상원조를 하는 KOICA(외교부 산하)와 유상원조를 하는 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 산하) 간 협업도 쉽지 않다”며 “원조 자금을 국내 기업을 통해 집행했다가는 특혜 의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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