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이불비’라는 말을 이해하는가. ‘사랑함으로 슬퍼도 슬프지 아니하다’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로,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조금 더 쉽게 느껴질 것.
최근 남해 홍현마을에서 촬영을 마친 영화 ‘꽃손’은 이별로 시작해서 다양한 이별의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에서 한국인 할머니에게 홀로 키워진 중국인 주인공 진다(김이안 분)가 중국에서 쓸쓸히 돌아가신 자신의 할머니를 그녀의 고향인 남해의 바닷가에 유해를 뿌리기 위해 남해를 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후 남해 요양원에서 만나는 다양한 노인들과의 일상을 담았다.
진다와 함께 사는 옥단(손숙 분), 양로원에서 만나는 황진(전무송 분), 병구(한인수 분), 말분(이주실 분), 금자(이용녀 분), 광숙(박혜진 분), 정신(손영순 분) 등 그들의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만남과 이별, 또 생명이 부여된 순간부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과정 속에서 그들은 이별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정을 통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면서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 주는 ‘꽃손’이 된다.
진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며, 그의 ‘꽃손’으로 거듭나는 옥단, 젠틀하고 다정다감한 황진과 가녀리고 애틋한 말분, 많은 애환과 슬픔을 가진 옥자, 호기심이 많고 통속적인 병구, 푼수끼가 있지만 잔정이 많은 광숙 등 그들과 진다가 서로에게 정을 느끼고, 서로를 격려하고 아끼는 내용은 바라보는 이에게 따듯한 사랑을 선사한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순수한 노인들의 살아가는 방식, 그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청춘, 삶 속에서 자연적으로 다가오는 순리와 동기, 그리고 서로간의 인간 관계 속에서 인연과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이 드러내지 않고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소한 ‘정’부터 실제로 표현하는 ‘정’, 그리고 표현이 어렵지만 느낄 수 있는 ‘정’까지 모두 느껴진다. 진다와 노인들은 국적은 물론 성별, 나이도 다르지만 서로 ‘정’을 느끼고 나눴다. 그들이 나눈 ‘정’의 온기는 관객들에게까지 전해질 것. ‘꽃손’의 부제가 ‘애이불비(사랑함으로 슬퍼도 슬프지 아니하다)’인 이유도 그렇다.
더불어 ‘꽃손’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폭력 및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 등 최근 인기를 끄는 영화들이 갖춘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오지 않는 손주에게 주기 위해 꽃나무에 알사탕을 달거나, 모두 함께 개구리를 잡으며 즐기는 모습 등 편안하고 잔잔한 영상은 보는 이에게 따듯한 감동과 ‘정’을 전한다.
제작사 CMG초록별/스타로드엔터테인먼트(대표 김태연, PD 이은임) 측은 “이 영화 속의 촬영지인 남해 홍현마을은 약 2개월반의 촬영로케이션 헌팅을 통하여 남해 바닷가 10여개의 마을을 모두 돌아보고 수천 장의 현장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회의를 거듭한 결과 영화 촬영지로 최종 낙점됐다”며 “홍현마을의 청량하고 아름다운 풍경, 가을의 청취를 느낄 수 있으며, 옥단이 진다에게 만들어 주는 남해의 대표 음식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할 것”이라 전했다.
‘꽃손’ 권순중 감독은 “우리나라의 관객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달하고 우리 개개인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누군가의 ‘꽃손’을 기억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꽃손’은 최근 흥행하고 있는 범죄, 스릴러 영화장르와는 차별된 휴먼드라마 장르의 영화로서,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꽃손’은 2018년 베니스, 하노이, 칸, 베를린, 상해, 하와이, 모스크바 등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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