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제가 지향하는 리더십은 ‘여왕개미의 리더십’입니다. 조직의 규범과 방향성만 정해놓고 뒤에서 지켜보는 리더 말입니다. 권위를 내려놓고 직원들과 소통을 늘렸더니 성과는 저절로 나더군요.”
‘통섭’(統攝.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대통합)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메디치)를 내놨다. 2013년 국립생태원 개원 당시 초대 원장을 맡아 3년 2개월간 재직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중심으로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풀어놨다.
최 교수는 1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나처럼 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을 맡아 일할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제가 공공기관을 운영해보니 정부 기관이나 대학의 장을 맡아 망가뜨리는 분들은 경영을 한 게 아니라 자기 것만 챙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이들을 지적하기 위해 쓴 ’건방진 책’입니다.”
최 교수가 충남 서천군에 있는 국립생태원에 부임하면서 만든 ‘개미세계탐험전’ ‘생태학자의 길’ 등이 인기를 끌면서 생태원 방문객수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연간 100만명을 웃돌았다. 환경부가 주문한 목표치(연간 30만명)보다 세 배 많은 숫자였다.
그가 내세우는 경영원칙은 ‘카리스마를 내세운 1인 리더’가 이끄는 조직을 지양한다. 대신 소통과 협업을 중시한다. 그는 “외부에서 온 최고경영자가 점령군 역할을 하며 기업 조직을 바꿔놓은 사례는 많지만 공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지나친 개혁을 이뤄내려 하는건 무리가 있다”며 “20~30년 한 조직에서 일할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부서 간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그가 낸 아이디어는 ‘원격바’다. “‘원장이 격주로 구워주는 바비큐’의 줄임말이에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바비큐를 구워줬죠. 야외에서 여유롭게 고기를 구워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서로 친해질 수 밖에 없더군요.”
잘못된 결정은 창피하더라도 과감히 접었다. 부임하자마자 “유치한 시설”이라머 가차없이 비판했던 놀이터가 막상 가장 인기를 끌자 그는 회의에서 “놀이터 하나 더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속으론 무지하게 쑥쓰러웠죠. 하지만 최고경영자일수록 잘못된 조치를 빨리 철회하는 게 필요합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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