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몽니'
1차 하청 흥업이엔씨 부도로 장비대금 못 받자 해결사 자처
통닭에 소주…사흘째 점거농성
대성측, 계약해지 후 잔금 공탁
"대금 지급하면 배임죄 걸려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경찰은 "사태 주시 중" 뒷짐만
[ 김보형/황정환 기자 ]
13일 오후, 석유·가스 유통사업 등을 하는 대성산업 본사가 있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오피스동. 11층 복도엔 깨진 화분이 나뒹굴고 있었다. 사무실 입구 폐쇄회로TV(CCTV)는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덮였다. 푸른색 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노조원이 텅빈 회의실에 모여 치킨을 먹고 있었다. 치킨 박스 옆에는 소주병도 보였다.
◆“대신 갚아라” vs “못 갚는다”
지난 11일부터 하청업체의 밀린 장비대금을 원청업체인 대성산업이 대신 갚으라며 사무실을 불법 점거한 채 사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정확한 소속은 경인지역본부 및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였다. 9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연 매출 8000억원의 대성산업은 거의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건설노조는 대성산업 자회사인 대성물류건설이 2차 하청업체의 밀린 장비대금을 대신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성물류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 안양시 호계동 재건축 아파트 현장의 1차 하청업체였던 흥업이엔씨의 부도로 이 회사에 건설장비를 임대한 건설노조 조합원 나모씨 등이 장비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장비대금은 건설노조가 2억4000여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성산업은 2100여만원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성산업은 장비대금 액수와 관계없이 원청사인 대성물류건설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성물류건설은 2016년 10월 흥업이엔씨와 하청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했다. 특히 흥업이엔씨가 지난 4월부터 2차 하청업체의 공사대금을 체불하자 흥업이엔씨 측으로부터 직불합의서를 받아 나씨를 비롯한 2차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주기도 했다. 직불합의서는 하청업체의 체불 발생 시 원청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자재·장비업자 등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던 중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또 다른 2차 하청업체들이 지난 6월부터 수원지법 등에 흥업이엔씨를 피고로, 대성물류건설을 제3채무자로 한 채권 가압류를 잇따라 신청했다. 이에 대성물류건설은 법적 절차에 따라 흥업이엔씨와의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잔금 2억4800만원을 법원에 공탁(피해 회복액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청업체가 2차 협력사에 바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배임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왜 가만 있나
하지만 장비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나씨 등은 채권 가압류를 통한 공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비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스스로 외면한 것이다. 대신 건설노조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대성산업에 대신 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병대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장은 “흥업이엔씨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다른 하청업체가 많아 공탁금만으로 우리 장비대금을 회수할 수 없다”며 “점거는 돈을 받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의 불법점거 신고를 받은 경찰도 팔짱만 끼고 있다. 관할서인 구로경찰서는 “대성산업 측이 보안문을 열어줘 건설노조가 사무실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보과와 해당 지구대 경찰관이 폭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성산업은 이에 대해 “건설노조가 직원들이 출입하는 틈을 이용해 물리력으로 사무실로 밀고 들어온 것”이라며 “대낮에 민간기업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한 것이며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찰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건설노조는 각종 불법을 일삼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건설노조 조합원 1만2000여 명이 서울 마포대교를 불법 점거했다. 퇴근길 이 일대 도심 교통이 한 시간여 동안 사실상 마비됐다. 건설노조는 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축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보형/황정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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