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브랜드기업 포커스]"작가를 판매자로, 작품을 상품으로…발상의 전환이죠"

입력 2017-12-14 09:16   수정 2017-12-15 18:18

퀼트전문기업 제이엔터프라이즈 윤정연 대표
최근 핸드메이드 전문 플랫폼 '핸디온' 론칭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특별한 것을 원하죠. 둘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제 일입니다."

올해 초 핸드메이드 전문 플랫폼 '핸디온'을 론칭한 윤정연 제이엔터프라이즈 대표의 말이다. 퀼트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제이엔터프라이즈는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 핸드메이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수공예 작품'을 '돈이 되는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것, 윤 대표가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한 이유다. '손으로 만드는 즐거운 행복'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예술의 산업화를 이끌고 있다.

윤 대표가 퀼트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아내 정민자 코리아퀼트스쿨 대표의 영향이 컸다. 정 대표는 윤 대표와의 결혼 전부터 인테리어 업체 '정민자 홈인테리어'를 개업해 운영 중이었다.
결혼 후인 1992년부터는 부평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퀼트교육수업 '제이퀼트'를 개강해 수강생들을 가르쳤다.

정 대표를 통해 퀼트를 접하고 이에 흥미를 느낀 윤 대표는 이후 10여년 간 몸담았던 전남방직을 나와 퀼트 사업을 시작한다. 1999년 아내와 함께 퀼트전문기업 '제이엔터프라이즈'를 세우고 퀼트전문쇼핑몰 '엔조이퀼트'를 오픈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쇼핑몰 외에도 DIY 브랜드 '바이핸즈', 전문 교육기관 '코리아퀼트스쿨' 등을 운영 중이다. 퀼트 원단 제조부터 디자인, 패키징, 상품 판매까지 모두 '제이엔터프라이즈' 안에서 이뤄진다. 회사 내에 물류센터를 두고 자체 재고관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가장 주력하는 상품은 '가방'이다. 퀼트 제품 중에서도 특히 가방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췄다. 윤 대표는 "한국은 대구섬유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전세계 퀼트 원단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우리 회사는 가방의 원자재와 완제품을 다루는 세계 유일의 퀼트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는 퀼트 시장에서 윤 대표는 '가방'이라는 아이템을 특화하여 개발함으로써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차별화 전략이 빛을 발하며 제이엔터프라이즈는 가방 원단은 물론, 원자재, 완제품 등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정민자 대표가 전국 12곳에서 운영 중인 코리아퀼트스쿨은 퀼트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현재 서울 금천구에서 운영 중인 코리아퀼트스쿨에서는 80여명의 수강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함으로써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얘기다.

최근 론칭한 핸드메이드 전문 플랫폼 '핸디온' 역시 같은 이유로 시작하게 됐다. 전국 1030여개 퀼트 공방에 20여년 가까이 원자재를 공급하면서 봐온 작가들은 오로지 '예술 작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것을 '수입'과 연결짓지 못했다.

윤 대표는 수입은 완제품 시장에서 나온다고 보고 이들의 작품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 대표는 "자기중심적이었던 예술인들을 고객중심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퀼트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시장 규모가 워낙 작고 소비자들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떠오른 것이 '핸드메이드'였다. 수공예라는 점에서 퀼트와도 관련이 깊었다.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더이상 대량 생산, 대량 유통으로는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 젊은 소비자일수록 특별한 것을 원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데 윤 대표는 그 기호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핸드메이드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핸드메이드 플랫폼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올해 정식으로 '핸디온'을 론칭했다. 매출 1위 효자 상품은 직접 만든 머랭 쿠키, 핸드메이드 앞치마 등이다. 각 제품을 만든 작가들의 월 매출은 1000만원을 웃돈다. '젊은 소비자는 맞춤형 상품을 원한다'는 윤 대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현재 핸디온에서 판매자로 활동하는 작가는 1260여명이다. 이 중 90%가 여성 작가다. 윤 대표는 "핸드메이드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어서 여성들의 경력 단절 및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목표는 현재 1500여명 수준인 작가 수를 3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각 작가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 제자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핸드메이드 시장 추이를 보면, 현재 미국 엣지(ETSY)가 160만명, 독일 다완다(DAWANDA) 40만명, 일본 민네(minne)가 30만명의 작가를 확보하고 있다.

충분한 작가 수를 확보한 후 윤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수출'이다. 개인 작가들 즉, 1인 제조업체가 해외 수출을 할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윤 대표는 "취미생활로만 간주됐던 퀼트가 제조업이 되는 환경, 손재주 있는 사람이 돈을 벌게끔 하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오는 15부터 1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페어에서 '핸디온' 작가들의 상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핸디온은 크리스마스페어와 함께 핸드메이드 플리마켓 '뭉치마켓'을 진행, 작가 190명이 참가한 판매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 하이서울 브랜드란

서울시와 SBA가 서울 소재 우수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공동 브랜드. 서울시 홍보 슬로건 ‘하이 서울(Hi Seoul)’을 활용해 만들었다. 세계 10대 도시 서울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SBA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사업성과 기술성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을 주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으로 이들 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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