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정치부 기자) “한국당은 어제부로 금수저 정당에서 흙수저 정당으로 바뀌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한 말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한국당의 무엇이 바뀐 걸까요.
한국당은 12일 소속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새 원내대표를 뽑았습니다. 그 결과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김 원내대표와 함께 나선 함진규 의원은 정책위원회 의장이 됐습니다. 홍 대표는 김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한국당이 흙수저 정당이 됐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원내대표가 과연 흙수저인지 그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열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형편 속에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국회의원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경기고 서울대 등 명문 학교 출신도 아닙니다. 진주기계공고를 나와 강남대 법학과를 졸업했죠.
20대 후반 나이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가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며 일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노동운동을 하며 한국노총 사무총장, 상임부위원장까지 지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주류의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그는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에 속해 있었습니다. 스스로 “난 박 대통령 한번 만나 보지도 못했다”고 할 정도로 여당 의원이었으면서도 권력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함 의장도 비슷합니다. 김 원내대표는 본인의 러닝 메이트인 함 의장을 “땅 한 평 갖지 못했던 소작농의 아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함 의장은 경기도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2012년 총선 때 경기 시흥갑에서 당선되면서 국회에 들어갔습니다. 함 의장의 지역구는 14대 총선부터 함 의장이 당선되기 전인 18대 총선까지 한국당 계열 정당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험지’입니다.
김 원내대표와 함 의장의 재산도 한번 살펴볼까요. 김 원내대표는 올해 3월 재산 공개 때 총 10억6371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우리 국민의 평균 순자산이 2억9533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적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평균 21억409만원(500억원 이상인 의원들은 제외)에 비해선 절반 수준입니다.
함 의장은 김 원내대표보다도 훨씬 적은 4억2106만원을 신고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합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기득권, 웰빙, 금수저 정당에서 탈피해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함 의장도 “나이 50에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해 23평 아파트에 10년째 살고 있다”며 자신이 서민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당은 그간 재벌을 비롯한 부유층과 기득권 집단을 옹호하는 당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당의 ‘흙수저 지도부’가 한국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끝)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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