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출가’. 불교 조계종이 최근 내놓은 ‘출가자 모집 광고’ 제목이다. 각종 복지 혜택도 내걸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입원비 혜택에 청년 출가자의 학비 지원까지 명시했다. 불교 역사상 최초의 구인 광고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강행했다고 한다.
불교 출가자는 1991년 공식 집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간 500여 명에 이르렀다. 행자 생활을 견디지 못해 그만둔 사람까지 합치면 지원자가 1년에 1000명 가까이 됐다. 그러나 출가자는 2007년 300여 명으로 줄더니 올해 150여 명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구인 공고’까지 내게 됐다.
성직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다. 불교의 경우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 분포에 따르면 불교 인구는 10년 전보다 300만 명이나 감소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인 장로회신학대의 신학대학원 지원자도 2013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가톨릭 예비 성직자인 각 교구 신학대 입학생 역시 줄어들고 있다. 미달 학과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원불교도 원광대와 영산대의 교무(성직자) 과정 지원자가 줄고 있다. 성공회 역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세계 가톨릭 예비 사제인 신학생 수는 2011년 12만616명에서 2015년 11만6843명으로 줄었다. 사제는 2015년 말 기준 4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6명 줄었고, 수도자도 72만4000여 명으로 1년 새 1만2700여 명 감소했다.
해외 한인 종교계는 ‘영어권 성직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주 한인 성당에서는 은퇴한 미국인 신부가 영어 강론을 맡는 사례도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승려가 부족해 한인 2세 불자들이 중국이나 일본 승려들의 사찰에서 영어 설법을 듣는 일까지 흔하다. 선불교의 ‘선(禪)’이 일본식 명칭인 ‘젠’으로 굳어진 지도 오래됐다.
성직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율 하락도 있지만 종교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종교단체와 지도자들의 일탈 행동 등으로 성직자의 사회적인 위상과 신뢰도가 낮아진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10년 동안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 육체적·정신적 고난의 길을 택하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
물질만능·과학중심의 가치관 변화까지 겹쳤다. 그러나 종교가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첨단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인간이 신의 영역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직자 감소라는 위기가 종교계의 근본적인 자기성찰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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