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14일 오전 11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덕수궁 앞에서 의사 3만 명이 모인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있은 지 4일 만이다.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의사들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9일 의료현장을 직접 찾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4개월이 지나서야 의사들의 반발에 떠밀려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나선 꼴이 됐다.
복지부는 당초 올해 안에 문재인 케어 세부대책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국민들이 받는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상안을 마련하는 데 걸릴 시간을 감안하면 연내 세부대책 발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케어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행 일정뿐만이 아니다. 재원 조달 방안도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케어에는 5년간 30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확대돼야 할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오히려 축소됐다.
지난 6일 국회에서 내년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금이 5조2001억원으로 확정됐다. 내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10% 수준이다. 법정 기준 14%에 한참 못 미친다.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률도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정부에서 예상한 3.2%에 못 미치는 2.04%다. 의료수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겠다는 정부를 의료계가 믿지 못하는 배경이다.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대 85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써야 할 돈은 늘어나는데 주머니는 줄어드는 형국이다. “2022년까지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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