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통과 기업 경영

입력 2017-12-14 18:17   수정 2017-12-25 00:04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동의보감》에 나오는 얘기다. 허준 선생은 피의 흐름과 관련해 이 말을 했다. 막힌 핏줄을 뚫어주면 아프지 않고, 막혀서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소통(疏通)이 잘돼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왕따, 자살, 폭력 등 각종 사회병리 현상은 소통 부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기업의 소통 부재는 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 조직과 구성원이 따로 놀아 통합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조직과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소통을 중시했다. 그는 “기업 경영의 과거형은 관리다. 경영의 현재형은 소통이다. 경영의 미래형 역시 소통”이라며 늘 소통을 강조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을 소통에서 찾았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소통을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직에 원활한 소통문화를 심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소통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는 조직원과의 소통과 관련해 “10번 이상 얘기한 것이 아니면 한 번도 얘기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했다. 소통이 말 한마디로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일임을 강조한 말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70%는 의사소통 장애로 일어난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의사소통이다. 경영자가 의사소통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다.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구급차 앞에 거꾸로 표기된 ‘앰뷸런스(ambulance)’라는 글자는 역지사지의 예다. 앞 차량은 룸미러를 통해 뒤의 사물을 인식한다. 앞차가 룸미러로 바로 앰뷸런스임을 알아보고 길을 비켜줄 수 있게 표기한 것이다. 소통의 기본 자세라 할 수 있다.

잘 듣는 것은 소통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무드에 따르면 ‘사람의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한문 사자성어에도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말이 있다. 잘 들어야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 마음을 얻어야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리더의 소통능력은 기업의 미래와 직결된다. 원활한 소통문화 정착을 위해 먼저 나부터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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