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연 1.25~1.50%로
경기는 좋은데…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로
실업률은 3.9%로 떨어질 것
안 오르는 물가
Fed 목표치인 2%에 미달
내년 세 차례 금리 올릴 수도
바뀌는 FOMC 위원들이 변수
[ 김현석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이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25~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각각 0.33%, 0.20% 상승했다. 장·단기 채권 금리가 소폭 떨어지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이기도 했지만 시장은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2%)에 미치지 않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두 명의 반대표가 나왔다는 점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내년에 세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FOMC 위원들의 전망에도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 것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 호조가 물가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Fed 정책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좋은데 물가가 안 올라
Fed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2.5%로 제시했다. 내년과 내후년 실업률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떨어진 3.9%를 각각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가 잘 오르지 않는다. Fed는 물가상승률이 올해 1.7%, 내년 1.9%, 2019년에 가서야 목표치인 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2%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FOMC 위원들이 내년 금리 인상 빈도를 세 차례 이상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해와 같은 세 번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이는 물가 상승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번 FOMC 회의에서는 또 두 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동안 금리 동결을 주장해온 닐 카시카리 미네아폴리스연방은행 총재에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가 가세했다. 에번스 총재는 지난 9월 말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은 정책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며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한다는 신호가 확실해진 다음에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FOMC 위원 5명 교체
내년 FOMC 위원이 대거 교체되는 것은 또 다른 변수다. 내년 2월3일 제롬 파월 Fed 이사가 옐런 의장의 자리를 잇는 데다 FOMC 회의에 참석하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 다섯 명 중 네 명이 내년 초 바뀐다. 당연직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내년 하반기 사퇴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 속에 FOMC에 매파 성향 인물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확실한 매파로 알려진 로레타 매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가 진입한다. 7월에 Fed 이사가 된 랜달 퀼스 전 재무부 차관, 지난달 말 이사로 지명된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론대 교수도 매파로 꼽힌다. 그만큼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업률이 4% 아래로 떨어질수록 Fed의 금리 인상 확률도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 자산”
옐런은 Fed 의장으로선 이날이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과 관련, “법정 화폐가 아닌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채택의 이점을 연구 중이나 Fed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 과열 여부에는 “최근 몇 달 동안 사상 최고치 흐름을 보였지만 우려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의 다른 위험요소를 봐도 빨간 불(위험신호)은커녕 주황색(경고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에는 부정적이었다. 옐런 의장은 “감세 영향이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했다. “임금 인상은 감세보다는 낮은 실업률에서 비롯된다”며 “감세에 따른 소비 지출과 자본투자 증가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세제개편안이 국가부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한다”며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미래의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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