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호모사피엔스, 늑대와 손잡고 세계를 제패하다

입력 2017-12-14 18:55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 조은형 옮김 / 푸른숲 / 388쪽 / 1만8500원



[ 서화동 기자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관리하는 ‘세계 100대 최악의 침입종’ 목록에는 집쥐, 유럽찌르레기 등 다양한 동식물이 올라 있다. 침입종이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 들어가 기존 토착종의 씨를 말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생물 종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강력한 침입종인데도 IUCN이 명단에 올리지 않은 생물종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침입종 인간》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를 시작해 경쟁자를 멸종시키고 지구 전체를 장악한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의 흑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을 쓴 팻 시프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인 대가다. 그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를 벗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수십만 년 동안 유라시아에 터를 잡고 살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전 세계를 단일종으로 통일하게 됐는지 다양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설명한다.

인간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침입종으로서 활약한 첫 무대는 약 4만 년 전 유라시아였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여러모로 비슷했다. 둘 다 몸집이 크고 머리를 쓸 줄 알았다. 큰 먹잇감도 거뜬히 잡는 능숙한 사냥꾼이자 도구 제작자였다. 여럿이 함께 모여 살았고 불을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현생인류만 살아남고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을까.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설은 기후변화설, 현생인류와의 경쟁설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이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을 능가했다. 예를 들면 에너지 필요량을 계산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7~9% 많았다. 현생인류가 더 혹독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가졌다는 것. 또 현생인류는 뼈바늘로 가죽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이는 추위 속에서 매머드 같은 큰 짐승을 사냥하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새롭게 주장하는 것은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늑대와의 동맹이다. 현생인류는 약 3만6000년 전부터 늑대를 가축화한 ‘늑대-개’를 사냥의 조력자로 삼으면서 사냥의 효율이 높아졌다. 늑대-개 덕분에 이전보다 사냥 성과가 56%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늑대-개는 인간이 나눠주는 음식을 먹으며 인간의 주거지에서 다른 동물의 공격과 경쟁도 피할 수 있었다.

현생인류가 침입종으로서 펼친 활동은 이뿐이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파괴했다. 저자는 자연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 즉 침입자라는 실체를 제대로 인식할 때 지구 생태계에서 우리의 역할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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