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美 망중립성 원칙 폐기…국내도 갈등 예고

입력 2017-12-15 09:29   수정 2017-12-15 10:13

FCC 망중립성 표결…3명 찬성
국내 영향 미칠지 주목




미국이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글로벌 상황에 대해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FCC 위원 5명 중 공화당 추천인사 3명이 망 중립성 폐기에 찬성했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골자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공공서비스'가 아닌 '정보서비스'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ISP가 정보서비스로 분류되면 통신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게 돼 특정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

즉,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과금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통신사업자인 컴캐스트나 버라이즌 등이 합법적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트래픽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서비스나 앱 등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 셈이다.

미국은 망 중립성 폐기 논의를 주도해왔다. 오바마 정부가 2015년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해 해당 개념을 정립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시장 원칙에 따라 콘텐츠 사업자도 망 구축비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망 중립성 폐지 논의에 불을 당겼다.

문제는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가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원칙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는가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이드라인이나 규칙으로 망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 등이 그것이다.

현재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망 중립성 원칙을 가이드라인에서 법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업계는 미국의 정책 변화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이 모두 미국 기업인데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포털 규제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할 시점에서 망 중립성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통사는 현재 5G 투자 등을 감안해 특정 플랫폼에 추가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트래픽은 2012년 1월 2만3566TB(테라바이트)에서 2016년 말 25만4639TB로 10배이상 증가했다. 국내 모바일 트래픽중 동영상이 56.1%를 차지한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가 망 중립성에 대한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미국 상황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망 중립성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도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통사와 제휴를 맺고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다. SK텔레콤 11번가·포켓몬고, KT 지니뮤직 등의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 정부가 바뀌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나라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망 중립성 원칙이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5G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태에서 망 중립성 폐지에 대한 요구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다만 당장 국내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망 중립성 폐지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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