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희의 궁금한 바이오②]'면역항암제 병용임상시험'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입력 2017-12-15 15:06   수정 2017-12-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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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산업이 4차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어부터 어려운 제약바이오 산업을 제대로 알기란 힘듭니다. 또 매일매일 신기술이 나오고 다양한 치료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궁금하지만 어려운 제약바이오,'궁금한 바이오'에서 풀어드립니다. [편집자주]



'키트루다'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암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한 항암제입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마크샤프앤드돔(MSD)이 개발했고, 지난해에만 14억200만달러(약 1조5463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 대비 148%나 증가한 수준이죠.

키트루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키트루다와 자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을 함께 임상시험하는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병용(倂用)투여 임상시험이라고 부르는데, 벌써 전 세계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 건수는 268건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왜 제약사들은 병용투여 임상시험에 나서게 된 걸까요?

우선 키트루다, 여보이, 옵디보 등 최근 신약 연구개발(R&D) 화두인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치료제입니다. 이 항암제는 환자의 면역기능을 강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합니다. 종류에 상관없이 암 전체에 효과가 있고 환자들의 장기생존율도 높습니다.

그러나 면역관문억제제 단독으로 쓰일 때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률은 대략 15~45% 정도입니다.

제약사들은 바로 이런 면역관문억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병용투여 임상시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약을 하나만 썼을 때는 독성, 효능 등에 한계가 있지만 병용투여의 경우 두 약이 서로의 한계를 상호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병용투여 임상시험을 통해 자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시장성을 확보하고,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실제로 면역관문억제제 병용투여 임상시험 건수는 2015년 215개를 기록했으나 2년 만에 765개로 증가했습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병용투여 임상시험 건수는 각각 268건과 242건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제넥신, 신라젠, LSK바이오 등 다양한 업체들이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와 병용투여 임상시험 중입니다.

갈수록 신약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 역시 병용투여 임상시험 수가 늘어나는 원인입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R&D 비용은 급증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는 신약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며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게 어려워지자 기존에 있는 약물 조합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약사들은 임상시험과 판매허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병용투여 임상시험을 설계하기도 합니다. 후보물질의 단일 임상시험 결과가 미미하더라도, 병용투여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이면 시장에 의약품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키트루다, 여보이 등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임상시험을 함께하는 신약후보물질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일까요?

제약바이오 업계와 의학계는 각 물질의 단독 임상시험 결과가 이를 좌우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단독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여야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 임상시험에서의 결과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A라는 신약후보물질이 단독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키트루다와의 병용투여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두 물질의 시너지 때문인지, A라는 물질 때문인지, 단순히 우연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 경우 시장 가치도 낮습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단일 약제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용투여 임상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며 "만약 성공하더라도 두 약품이 함께 묶여 팔려야 하기 때문에 적응증 확대, 시장확대 측면에서 가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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